트럼프 ‘전기차 공급망’ 관세 부과 전망 소식에 배터리소재 업계 ‘발등에 불‘

로이터, 정권인수팀 문건 입수 보도 전기차 지원 대폭 축소·배터리 소재 대상 관세 부과 골자 美 현지 생산 요건 충족 위한 투자 확대 전망

2024-12-17     정용석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고 개별 국가들과 협상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당수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에 ‘관세 장벽’이 예고된 것이다. 그간 북미 생산시설 구축에 ‘신중론’을 갖고 있던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측은 전기차와 충전소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전기차 충전소 건설에 투입하려던 75억달러를 거둬들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내부 문건 내용 중 국내 배터리 업계를 긴장하게 만든 건 “배터리, 핵심 광물, 충전 부품 등 ‘전기차 공급망’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배터리·소재에는 관세를 부과해 경쟁력을 떨어뜨리겠다는 내용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생산 거점. / 사진=LG

◇ 배터리소재, 美 진출 ‘속도전’ 펼칠 듯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셀 업체들은 일찍이 미국 현지 생산시설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갖추거나 구축 중이어서 되레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공언한 상황은 부담이다.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 상당수 소재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비교적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에 생산시설을 구축 중인 양극재 제조업체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도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더불어 오랜 우방으로 분류되는 캐나다에도 관세 공세를 펼치고 있어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 탓에 투자를 고민하던 상당수 소재 업체들의 미국 진출 계획도 빠르게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그간 북미 진출에 대해선 ‘신중론’을 펼치던 분리막 제조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조만간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당초 SKIET는 민주당 후보였던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북미 수요에 따라 코팅 설비 북미 쪽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당선에 따른 시나리오는 구체화하지 않은 바 있다. 회사는 유럽 거점인 폴란드 공장 증설에만 올해 2000억원, 내년엔 1000억원의 설비투자비를 지출할 계획이다. 2025년 이후 증설 계획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업계 “韓에 오히려 기회“···‘정부 리더십 부재’는 리스크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권 인수팀 내부 문건 내용을 놓고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도가 담겼다”고 평가한다. ‘미국산 자동차 수출’과 ‘관세 부과 정도’를 맞교환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선 “상황에 따라서는 이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긍정론도 흘러나온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내부 문건에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조치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게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같은 조치를 통해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의 미국 진출을 막아 결과적으로 한국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배터리 소재업계 관계자는 “소재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배터리 비용 상승으로 전기차 시장 축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우방국에 대한 관세 제외에 한국이 포함된다면 IRA 폐지 상황에서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부 리더십 공백’ 장기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새 정부 출범까지 수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럼프 2기’ 출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전기차 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의 협상팀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대통령 선거가 끝난다 해도 내각 구성 등 절차를 마치면 외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