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에 친기업 정책 ‘올스톱’···재계 “정국혼란에도 경제는 챙겨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탄핵 리스크까지 대내외 불확실성 ‘최고조’ 정부도 나서 반도체 특별법 통과 촉구 “국가 명운 달린 반도체 분야, 조속한 법안 마련 필수”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경제계는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부터 추진한 ‘친기업 정책’이 사실상 올스톱된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국 혼란에도 경제는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 재계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닿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 정부는 국가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2022년 5월 출범 이후 경제 운용의 중심을 기업·민간·시장 중심으로 전환했다. 민간의 자유와 창의성이 발현되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 개입은 최소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대·중견·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와 투자확대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 등을 추진·실행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국가 경쟁력과 연관된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켜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려 했다.
그러나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반도체 특별법이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이 법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 규모는 세액공제 등을 모두 포함해도 1조2000억원 수준이다. 미국의 5분의 1,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도 최근 반도체 관련 빅펀드를 조성해 자국 산업 육성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국내 역시 하루 빨리 특별법이 통과돼야 경쟁국·기업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현재는 언제 통과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탄핵 정국이 도래하기 전까지 여야 모두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며 통과에 뜻을 모았지만, 비상계엄 이후 여야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경제 정책 정상화를 위해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경제법안을 우선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 중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특별법은 물론 전력망 특별법 등 우리 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법안은 올해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산업계의 목소리를 국회에 정성껏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력망 특별법은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 등을 개선하는 법안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전력 수요가 98% 증가할 때 송전설비는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도체는 물론 인공지능(AI) 산업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반도체 및 AI의 기술 경쟁력 발전을 지속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정책 추진은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반도체 특별법과 같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산업 분야는 국회에서 하루 빨리 법안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내 정국혼란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