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결산-②] ‘3조 클럽’ 늘어나는 식품사, 오너 3세 등판 ‘눈길’

풀무원·오리온, 연매출 3조원 가시화 롯데칠성음료, 매출 4조원 넘어설 듯 식품업계, 오너 3세 전면 배치 논란

2024-12-13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내수 소비 부진까지 겹치며 유통업계가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가운데 식품업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형 식품 기업을 가르는 척도였던 ‘매출 3조원’을 넘긴 식품사는 지난해 9개사였으나, 올해는 11개로 늘어나게될 전망이다.

13일 증권사에 따르면 올해 매출 3조원을 넘긴 식품사가 지난해보다 2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대신 해외로 시선을 돌려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낸 덕 영향이다.

주요 식품사 지난해와 올해 예상 매출. / 표=김은실 디자이너

◇‘4조 클럽’ 식품사, 1곳 늘어날 듯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풀무원과 오리온이 첫 매출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풀무원은 지난해 3조원에 못미치는 2조9935억원의 매출을 냈다. 다만 올해는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부 판매가 늘었고,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 영향이 더해져 연매출 3조1301억원을 낼 것으로 점쳐진다.

오리온은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4.6% 오른 2조2425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1% 오른 3839억원으로 기록됐다. 통상 식품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지만, 오리온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이 17.1%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오리온은 초코파이와 꼬북칩 등 탄탄한 스테디셀러 제품을 보유했고 일찌감치 국내보다 해외로 활로를 넓혀 성과를 거뒀다. 증권가에선 올해 오리온 연간 매출을 3조901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첫 4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식품사는 롯데칠성음료다. 증권가가 예상한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매출은 4조766억원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내수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제로(0칼로리) 음료’와 해외 사업을 내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펩시제로슈거와 칠성사이다제로에 이어 밀키스 제로, 핫식스 더킹 제로, 실론티 레몬 제로 등 제로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미 4조 클럽에 진입한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 롯데웰푸드 등은 예년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과 오뚜기, CJ프레시웨이, SPC삼립 등도 연간 3조원대 매출을 무난하게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사 오너 3세들의 초고속 승진

식품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각 기업들은 오너 3세를 잇따라 배치해 차세대 경영을 꾀하고 있다. 최근 주요 식품사 오너 3세들의 승진 추이를 보면 입사 후 임원까지 평균 ‘1.5년’이 결렸다. 

주요 식품사 오너 3세들. / 사진=각 사, 편집=정승아 디자이너

대표적으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상무는 지난 2021년 7월 오리온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부서인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1년 5개월 만에 오리온 인사에서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담 상무는 최근 오리온이 해외법인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도 지난 2020년 20대에 임원이 됐다. 전 본부장은 지난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입사한지 4년여 만인 지난해 10월엔 상무로 승진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상무)도 지난달 25일 농심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 2021년 말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한지 3년 만이다. 이와 함께 신 상무의 누나 신수정 음료 마케팅 담당 책임도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이름을 올렸다.

매일유업 김정환 회장의 장남인 김오영씨도 지난 2021년 10월 매일유업 생산물류 혁신담당 임원(상무)으로 입사한 뒤 2년 6개월 만인 지난 4월 전무로 승진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도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올해 CJ 인사에서 역할 확대나 승진은 없었지만 회사의 글로벌 식품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오너 3세의 초고속 승진을 두고 ‘신성장 동력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그간 오너 1·2세대가 본업인 ‘식품’에 집중했다면 오너 3세들에게 신사업을 맡겨 해외 시장 확대로 실적 개선을 일구겠단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식품사들이 내수 시장 부진을 겪으며 글로벌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면서 “사실상 오너 3세들을 전면 배치해 승계 작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오너 3세들은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하는 시점에 놓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