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넥쏘, 좋은데 몰라줘”···인증중고차 매입은 왜 안할까
車 장점 강조한 홍보 콘텐츠 게재해 놓고 고객 차량 매입은 안 해 현대차 “판매물량 적어 잔가 산정 어려워, 보급 확대하겠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승용 수소차 넥쏘(NEXO)의 구매를 소비자에게 독려하고 있지만, 인증중고차 사업 일환으로 고객 차량 매입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넥쏘 고객들은 신차 구매 후 유지, 관리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매각 혜택을 두고 차별받는다는 볼멘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11일 현재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넥쏘, 정말 좋은 차인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라는 제목으로 넥쏘 상품성을 강조하는 자체 시승기가 게재됐다.
2024년형 넥쏘의 실내외 디자인을 조명하고 차량의 가격, 사양 구성 등에 관한 정보가 글에 담겼다. 현대차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통해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현대차의 원대한 계획 중심에 넥쏘가 있다”며 “생활반경 내에 수소 충전소가 있다면 상당히 좋은 선택지가 될 넥쏘는 낯설어 외면하기엔 장점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넥쏘 홍보를 통해 브랜드, 신차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를 유도하는 반면 인증중고차 사업에서 매물로는 취급하지 않는 상태다. 현재 인증중고차 사이트를 통해 고객 차량 매입 서비스 ‘내차팔기’의 예외 차종으로 수소 차량(승용)을 안내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 공식 모델로 유일하게 판매되는 승용 수소차 넥쏘를 사실상 가리킨 내용이다. 수소 차량과 함께 타사 전기차(BEV)도 내차팔기 서비스 제외 차종으로 명시됐다.
일부 넥쏘 고객들은 “내차팔기 서비스를 통해 신차 구매 혜택을 누리고 싶은데 다른 차량과 달리 넥쏘를 매입해주지 않느냐”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 전용 부품 수리비만 수천만원···“배보다 배꼽 클 수도”
현대차가 넥쏘를 매입하지 않는 이유로 수리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점이 지목된다. 누리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한 넥쏘 수리 견적 내용에 따르면 수소차 전용 부품 중 하나인 에어 가습기 앗세이의 공임 포함 수리비가 250만원을 넘는다. 가솔린차 엔진 오일을 20회 가까이 교체할 수 있는 수준의 액수다.
수소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양산해 모터에 전달하는 장치인 연료전지 스택은 턱없이 높은 재료비 때문에 수천만원을 들여야 수리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의 수소차 전용 부품 보증 조건 10년/16만㎞에 도달하면 “폐차시키는 것이 낫다”는 비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현대차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연료전지 스택이 고장난 넥쏘의 고객에게 출고 후 운행 기간, 주행거리 등에 따라 잔가를 보장해주는 바이백(buy-back) 정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인증중고차로 되팔기 위해 넥쏘를 매입했다가 스택 등 값비싼 부품 수리 소요가 발생하면 중고 판매가를 합리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넥쏘 잔존가치를 산정할 수 있을 만큼 판매 물량을 확보해야 내차팔기 서비스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넥쏘는 지난 2018년 3월 출고 개시된 후 지난달까지 6년 8개월간 누적 3만3003대 판매됐다. 올해 60만대 이상 등록돼 있는 전기차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다.
현대차는 넥쏘 판매 물량이 적은데다 차량 시세를 비교할 동종 모델이 국내 판매되지 않아 수소차 잔존가치를 산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10월 인증중고차 사업을 개시한지 5개월 지나서야 전기차를 중고 매입,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전기차보다 누적 판매량 증가세가 더딘 넥쏘가 현대차 인증중고차 서비스에 투입되기 위해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넥쏘 보급 확대를 위해 지속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차체를 확장하고 사양 구성을 발전시킨 넥쏘 2세대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완성도 높인 넥쏘를 출시하고 판매량을 확대할 것”이라며 “신형 넥쏘를 중심으로 수소 에너지가 소비자 일상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