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한은 부총재보 “시장에서 필요한 만큼 유동성 공급할 것”
한은 금통위, 비상계 관련 임시 회의 개최 이날부터 비정례 RP 매입 개시···단기 유동성 공급 확대 금리 경로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 아껴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시장 안정화 조치로 시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임시 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점검 및 시장안정화 조치를 방안을 의결했다. 한은은 금융·외환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날부터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원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RP 매매 대상 증권 및 대상 기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외화 RP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고 환율 급변동 시 다양한 안정화 적극 조치를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이날 임시 금통위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것”이라며 “충분이라고 하는 것은 시장에 필요로 하는 만큼 다 공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박 부총재보는 “코로나19, 채권시장 불안(레고랜드 사태) 때보다 안정적”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정책을 완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 자체는 상대적으로 그때보다는 작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우려가 컸던 외화유동성에 대해서는 다소 안정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어젯밤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있는 상태”라며 “유동성 관련 지표와 외화자금시장 쪽도 특이 사항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여파가 기준금리 경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박 부총재보는 “오늘 회의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관련 논의가 없었다”며 “이번 사태가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경로 영향에 대해서는 먼저 이번 사태의 영향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유동성 확대 방안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속단을 피했다. 박 부총재보는 “이번 유동성 확대 조치들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실제로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수요를 필요로 할지 단기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당분간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한 만큼 오전, 오후에 걸쳐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소집해 금융·외환 시장 점검을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