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보다 높다”···초고층 압구정에 ‘기대 반 우려 반’

2~5구역 70층 추진, 서울 랜드마크 기대 도시 경관 훼손·한강 조망권 사유화 지적도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장벽으로 둘러싸일 것” 공사비 부담으로 49층 선회 가능성도

2024-12-04     길해성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70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초고층 재건축을 통해 서울에 랜드마크가 생길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동시에 막대한 공사비와 도시 경관 훼손, 한강 조망권 독점 문제 등이 변수로 꼽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은 최근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안은 250m, 7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합 측은 “100년을 내다본 새로운 스카이라인”이라며 초고층 계획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계획은 압구정 3∼5구역 등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 향후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3·5구역은 70층, 4구역은 69층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70층 계획은 당초 서울시가 제시한 자문과 크게 다른 내용이다. 지난해 7월 서울시는 압구정지구(2~5구역)를 신속통합기획 대상으로 선정하며 최고 층수를 50층 이내로 설정했다. 이는 과거의 높이 제한 규정(35층)을 대폭 완화한 결과였다. 당시 서울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도입될 경우 높이 계획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함께 제시했다.

업계에선 한강변의 초고층 아파트가 기존 도시 경관을 훼손하고 조망권을 사유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70층은 63빌딩(249m) 보다 높은 수준이다. 3구역의 경우 77층으로 계획했다가 지난 13일부터 70층으로 변경한 정비계획안을 주민공람 중이다. 층수는 낮췄지만 높이가 290m에 달한다. 3구역의 경우 전체 22개 동 중에서 70층짜리 4개 동을 포함해 50층이 넘는 동이 17개로 알려졌다.

/ 그래픽=시사저널e

2구역에 이어 3~5구역 모두 초고층 계획이 이어지면 한강변은 거대한 아파트 장벽으로 둘러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구역의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최고층 동을 단지 중앙에 배치하고, 동호대교 남단과 논현로 주변은 20~39층으로 낮게 설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지난 9월 압구정 재건축 조합들에 중앙부와 경계부의 높낮이가 다른 건물이 겹쳐 보이도록 설계안을 세울 것을 통보하기도 했다”며 “이에 일부 조합이 설계 변경을 시도 중이나 조합원이 몰려 있는 초고층 동을 한강변에 배치하자는 주민 의견 역시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초고층 재건축에 따른 막대한 공사비 부담도 변수로 꼽힌다. 건축법에 따라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해야 하며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 설치와 피난승강기 마련 등의 의무가 추가된다. 이는 공사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일각에선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이 49층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례로 최고 69층 재건축을 추진했던 ‘잠실 장미 1·2·3차 아파트’의 경우 최고 49층으로 계획을 바꿨다. 주민들이 초고층 랜드마크가 아닌 신속한 사업 진행을 선택한 사례로 꼽힌다.

압구정 재건축 조합들은 초고층 계획을 통해 단지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초고층을 선택하지 않았다가 자칫 재건축·재개발이 완료된 후 저층 단지라는 평가를 받으면 가격 경쟁력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은 공사비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곳이며, 높이를 올릴수록 아파트 가격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초고층 건설이 장기적으로는 공사비 부담과 조합원 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마천루의 저주’가 되지 않도록 조합의 역량과 협상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