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 사태 여파···반도체 수출 먹구름 드리우나

신뢰도 하락에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 우려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 해외 기업 투자 유치도 부정적

2024-12-04     고명훈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가 불러온 여파로 한국의 정치 불안과 경제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산업에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며 수출 계약과 신규 거래에서 신뢰도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일 “한국 계엄령 선포에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목했다”며 “한국은 중간재 수출이 많아 계엄령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기 둔화가 확대될 수 있고, 반도체 칩·중장비 등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글로벌 경기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변동성 증가 역시 반도체 수출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가치 불안정성으로 수출이나 수입이나 가격 정책을 조정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기는 했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상장지수펀드(ETF), 환율 등 금융시장의 가격이 전날 장 마감 당시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 자체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며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이 이번 사태로 국제적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중 반도체 무역 갈등의 심화 속에서 국가 간 신뢰도와 이미지는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우리나라 계엄 사태에 대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상황을 주시했다.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제품과 미국 기술이 사용된 해외 싱산품에도 규제를 적용하는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은 미국 정책의 영향을 밀접하게 받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대중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반도체장비 및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추가하며,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될 경우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국에 HBM 등을 수출하던 삼성전자도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반도체 세제 혜택 발표 당시에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바뀐 적이 있는데, 외국 투자자 입장에선 신뢰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일도 이런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이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조성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경우에도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 유치와 현금지원 제도 또한 활용 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정치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는 건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외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조속히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