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롯데·해태 ‘아이스크림 담합’ 사건 2심 돌입

시장점유율 85% ‘빅4’ 빙과업체들 2016년부터 담합 1심서 임원들 징역형 집행유예·빙그레 법인 벌금 2억

2024-12-03     주재한 기자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 진열돼 있는 아이스크림. / 사진=시사저널e 이숙영 기자.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시장점유율 85%에 달하는 국내 ‘빅4’ 빙과업체들의 아이스크림 담합 사건 항소심 절차가 3일 시작됐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편의점 콘·샌드류에 대한 가격 담합 혐의 및 1심 형량의 적정성이 쟁점으로 정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엄철 이훈재 양지정)는 이날 오후 2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빙그레 임원 최아무개씨, 롯데푸드 임원 김아무개씨, 롯데제과 임원 남아무개씨, 해태제과 임원 박아무재씨, 빙그레 법인 등 5인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면서 “무죄 부분과 양형을 다투겠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1심이 일부 무죄를 선고한 혐의와 관련 “가격의 인상 인하보다는 고정(정찰제)하기로 한 합의 및 실행을 (공정거래법상)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시판 채널과 유통 채널 관련자 4명을 대질할 필요성이 있다며 증인으로 신청했다. 시판 채널은 제조사들이 소규모 소매점에 아이스크림을 공급하는 경로를, 유통채널은 제조사들이 직접 대형 유통업체에 아이스크림을 공급하는 경로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들을 모두 채택하고, 내년 3월11일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변호인들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빙그레 측 변호인은 공정위 조사와 검찰 기소의 근거가 된 2016년 2월 4개 사의 ‘기본 합의’와 관련, 롯데제과 직원 김아무개씨의 다이어리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김씨를 증인으로 불러 메모의 의미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유리한 증언을 해줄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탄핵의 대상이 될 분이 아닌가 싶다”면서 “신청서를 제출하면 검찰 측 의견을 들어 본 뒤 채택의 필요성을 판단해 보겠다”라고 정리했다.

4개사는 2016년 2월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하는 영업 경쟁을 금지하기로 합의(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담합)한 것을 시작으로,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담합, 편의점 대상 남품가격 인상 및 행사 품목 개수 제한 담합, 아이스크림 제품 유형별 판매가격 담합, 현대자동차 발주 빙과루 구매 입찰 담합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2월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1350억원을 부과하고, 빙그레와 롯데푸드 법인 2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사업자들이 4년 간 은밀하게 자행한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면서 “2007년 가격담합 제재에도 불구하고 재차 발생한 담합행위였다”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4개 제조사의 2005년 발생한 콘류 제품에 대한 가격 담합을 적발하고 과징금 45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로부터 사건을 건네받은 검찰은 지난 2022년 10월 빙그레 법인과 함께 담합에 가담한 임원급 개인 4명을 재판에 넘겼다. 공정위는 법인만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담합 근절을 위해 개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빙그레 법인에 벌금 2억 원을 선고하고, 개인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내 4대 아이스크림 제조사가 가격 인상, 상대방 거래처 영업 금지, 마진율 인하, 판촉행사 품목 제한 등을 실행해 영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담합행위를 해서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빙그레는 2007년 콘류 제품 가격 인상 담합으로 7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같은 범죄를 반복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다만 빙그레의 편의점에 대한 콘·샌드류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가담 혐의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