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았는데?"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중도하차···타 카드사들, 인적 쇄신 고심
다소 의외라는 반응 속 업계 영향 주목 호실적 기반 연임 통한 경영 안정성 관례 깨고 인적 쇄신 필요성 제기 대내외적 경영 환경 악화···쇄신과 안정 엇갈린 방점 두고 위기 극복 인사 단행 전망 "전투 중에는 장수 바꾸지 않는다는 말처럼 고강도 인적 쇄신 여부 미지수···단행 시 방점은 세대교체"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삼성카드가 관료 출신 대표를 선임하면서 기존의 틀을 깬 인사 단행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적도 양호했던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이 중도하차하자 이를 놓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은 가운데 파격적인 인사 단행이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말 인사에서 호실적을 기반으로 연임을 통한 경영 안정성이라는 관례를 깨고 인적 쇄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타 카드사들 역시 인적 쇄신 방향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대내외적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쇄신과 안정이라는 엇갈린 방점을 놓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삼성벤처투자 김이태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김대환 현 삼성카드 사장은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5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김 사장은 업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고 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의 격차를 좁히는 등 성과를 냈다. 올해 3분기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한 순이익 5527억원을 기록했는데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23.6% 증가한 531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격차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삼성카드는 수장 교체카드를 빼들었고 이는 성과 중심의 인사 선임의 틀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을 빗나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삼성카드발 인적 쇄신 바람이 전체 카드업계에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삼성카드 사장으로 선임된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외부 영입 인사다. 삼성 금융계열사가 아닌 삼성전자에 적을 둔 인사로 지금까지 인사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김이태 사장이 금융분야 경험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의 결제, 금융사업을 넘어 디지털, 데이터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확장을 리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세를 보였음에도 사장 교체라는 강수를 단행한 삼성카드의 이 같은 움직임이 무엇보다 연말 타 카드사 사장 인사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현재 주요 카드사 중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사장은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등 총 4명이다. 4개 카드사는 업황 악화 기조에도 올해 실적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 4곳의 올해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8354억원으로 전년 동기(6644억원) 대비 25.7% 증가했다. 먼저 신한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KB국민카드도 전년보다 32.6% 늘어난 25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카드 순이익은 1166억원으로 전년 대비 60.6% 급증했다. 4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이다. 우리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4% 증가한 수준이다.
문제는 삼성카드 사례처럼 이 같은 호실적은 연임 결정에 있어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카드사 CEO는 기본 2년 임기가 끝난 뒤 큰 결격 사유가 없는 경우 1년 추가로 연임하는 관행이 이어져왔지만 최근 인사 기조를 감안하면 현 사장들의 연임을 속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주요 카드사들이 안정과 쇄신이라는 엇갈린 방점을 놓고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정을 추구한다면 연임을 선택하겠지만 쇄신을 고려한다면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인적 쇄신를 한다면 세대 교체, 외부 전문가 영입을 핵심으로 한 과감한 인사 기조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 업황이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올해 연말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가능성과 함께 개인채무자보호법 영향으로 채권추심 횟수가 제한돼 연체율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현 상황를 감안하면 오히려 경영의 연속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고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처럼 고강도 인적 쇄신이 이뤄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면서도 "쇄신이 단행된다면 조직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세대교체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