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50%’ LNG운반선, 트럼프 훈풍에 내년 美 발주 물량 싹쓸이 기대

트럼프 행정부, 올해 초 중단된 LNG 수출 프로젝트 재개 예상 ‘고부가가치 선박’ LNG선, 고도 기술력 요구 美 대중 보호무역 주의 강화도 韓 조선 호재

2024-12-03     유호승 기자
HD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 사진=HD현대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에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은 상선 부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캐시카우’다. 이 비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정부가 들어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화석연료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중단된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를 재개하면서 LNG선 발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서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로 국내 조선사가 해당 발주 선박을 싹쓸이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3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조선사별 상선 부문의 LNG운반선 매출 비중은 ▲HD현대중공업 45.6% ▲HD현대삼호 34.3% ▲한화오션 56.7% ▲삼성중공업 67.0% 등으로 4사 평균 50.9%다. 1년 매출의 절반 이상이 LNG운반선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LNG선은 선가가 2억6000만달러(약 3650억원) 규모인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LNG선 시장에 진출해 일감을 확보하며 30여년간 세계 1위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 확보한 수주물량 중 상당수 역시 LNG선 물량이다.

2011년 이후 글로벌 선박 시장에는 연평균 63척의 LNG운반선이 발주되고 있다. 국내 조선사는 매년 많은 LNG선을 수주하며, 2010년대 나타난 구조조정 및 수주절벽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 중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도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1~11월 HD한국조선해양은 8척, 한화오션은 18척, 삼성중공업은 22척의 LNG선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총 39척의 LNG선을 수주해, 물량 과다로 도크에 여유가 없어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 시장에서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는 이유는 기술력 덕분이다. 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달리 LNG선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글로벌 발주 물량의 대부분을 우리나라가 확보했다. 

LNG선에는 뛰어난 기술력이 요구된다. 운송하는 LNG가 손실되는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열재 사용 등의 까다로운 공사 과정이 필요해 국내 조선소가 독점하다시피 해 온 분야다.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사에 대규모 자금투입으로 LNG선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뺏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을 크게 위협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도 우리 조선업계의 LNG선 수주물량 증가에 ‘호재’다. 증권가는 조선 4사의 상선 부문 LNG선 매출 비중이 올해 50.9%에서 내년 58.8%, 2026년에는 66.3%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초 일시적으로 중단한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가 트럼프 정권 하에서는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LNG 수출 중단에 올해 글로벌 LNG선 발주 물량은 카타르의 51척을 제외하면 미국을 포함한 그 외 국가에서 24척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LNG 수출 중단으로 영향을 받은 LNG선 발주 물량은 83척”이라며 “향후 2~3년에 걸쳐 이 물량이 발주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중국을 향한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국내 조선소가 대부분 수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