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차·기아가 만든 ‘작업용 로봇’ 입어보니
착용 로봇 브랜드 ‘엑스블’ 론칭···내년 이후 본격 국내외 영업 “옷 만큼 가볍고 거동 편해, 일할수록 성능 체감될 듯” 웨어러블 로봇 시장 전망 ‘장밋빛’ 제품군 지속 확대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착용(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첫 제품을 본격 양산 판매하고 수익 확대에 도전한다. 내년 그룹사 공급을 시작으로 수출을 추진하는 등 공들여 현대차그룹 로봇 사업의 이윤 창출을 앞당긴다는 포부다.
지난 27일 경기 고양시 소재 브랜드 체험 시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개최된 현대차·기아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 참석했다.
양사는 현장에서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공개하고 사업화 계획을 발표했다.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기아가 출범한 착용 로봇 브랜드 엑스블(X-ble)의 제품 중 하나다. 엑스블은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X’와 무엇이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able’을 합친 이름이다.
엑스블의 첫 공식 판매 제품인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 근로자가 팔을 위로 올려 수행하는 윗보기 작업을 수행할 때 착용하면 어깨, 팔꿈치 근력을 보조받아 육체 사용 부담을 덜 수 있다.
◇ 고성능차 소재 적용, 2㎏도 안돼···입으면 체감 중량 60% 줄어
현장에서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고 각종 움직임을 시연했다. 무게 1.9㎏인 엑스블 숄더는 경량 패딩 조끼를 입은 듯 가벼웠다. 고성능차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 내마모성 소재가 적용돼 알루미늄 대비 3.3배 높은 강성을 달성하고 무게는 40% 줄었다.
엑스블 숄더의 어깨 관절을 180도까지 굽히고 펼 수 있어 옷을 입은 것과 다를바 없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 팔받침에 팔을 걸쳐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저항력이 있지만 큰 힘 들이지 않아도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관절에 탄력이 없기 때문에 어떤 자세든 편하게 유지 가능하다.
현장에 마련된 모사 작업 공간에서 볼트 체결 작업을 시연했다. 로봇을 처음 접했을 땐 조작이 낯설었지만 여러번 입고 벗다 보니 마지막엔 혼자 입고 벗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다룰 수 있었다.
2.7㎏ 무게의 공구를 쥐고 팔을 든 채 작업할 때, 로봇의 체결 여부에 따라 느껴지는 중량이 달랐다. 로보틱스랩 자체 분석 결과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면 어깨 관절과 전방·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 30%씩 줄일 수 있다. 로봇을 착용하지 않고 작업할 때보다 힘이 3분의 1, 3분의 2밖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육체 피로를 덜고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오래 일할수록 어깨가 피곤해지는 시점이 어떻게 다른지 더욱 체감될 것으로 보인다. 엑스블 숄더를 착용한 현대차 기아 근로자들은 “통증이 줄어 작업 만족도가 높아졌다”, “나이 들어 작업하기 힘들었는데 로봇 덕분에 스트레스가 줄었다” 같은 반응을 전했다.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관련 소재, 기술로 엑스블 숄더의 내구성, 안전성도 확보했다. 신체가 닿는 부위엔 크래시 패드에 쓰이는 내충격성 소재를 활용해 외부 충격에 따른 부상을 줄일 수 있다.
엑스블 숄더는 사용, 관리 편의도 갖췄다. 전력없이 착용자 움직임에 따라 힘(토크)을 발생시키는 기계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충전할 필요가 없다. 또 착용부(조끼)만 분리 후 세탁이 가능해 청결 유지, 보관하기 쉽다.
양사는 국내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이 매년 증가하고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 발병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착용 로봇으로 근로자 고충을 덜고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제품군 지속 확대···“사업 손익분기점 최대한 앞당길 것”
현대차·기아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 성장 전망에 기대를 걸고 로봇 사업에 베팅했다. 시장조사기관 커스터머 마켓 인사이트(Customer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4억달러(약 3조3520억원)에서 2033년 136억달러(약 18조9940억원)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제조업 뿐 아니라 의료, 건강관리, 방위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현대차·기아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양사 생산 시설에 엑스블 숄더를 우선 공급한 후 내년부터 27개 그룹사와 업종별 고객사에 판매할 계획이다. 2026년 유럽, 북미 등지 진출도 추진 중이다.
엑스블 숄더 구매를 원하는 기업은 이날부터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 상담하고 내년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로보틱스랩의 엑스블 숄더 선행개발 단계에서 이미 건설업, 중공업 일부 기업들이 관심갖고 문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신제품으로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주는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웨이스트,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를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전체 매출의 20%를 로봇 사업에서 창출하려는 목표를 수립한 가운데, 로보틱스랩도 수익 확대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상무)은 “손익분기점을 최대한 앞당겨 달성하려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해 로보틱스랩 솔루션의 가치를 시장에 증명, 공용화(commonization)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