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당국 규제강화 ‘충격’···메리츠화재, 깊어지는 ‘고민’

MG손보 매각 우협대상자 선정 한 달 '지연' 규제로 자본건전성 추가악화 전망 인수 유력 후보 메리츠, 자본 부담 커질듯

2024-11-25     유길연 기자

 

서울 강남 메리츠화재 본점 전경 / 사진=메리츠화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MG손해보험 매각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MG손보의 자본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력 인수 후보자인 메리츠화재가 신중을 기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MG손보는 자본건정성이 업게 최하위 수준인데, 추가로 악화되면 메리츠화재가 인수로 떠 안아야 할 자본 부담이 커진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주도하는 MG손보 매각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돼 지난달 초 입찰이 마감됐으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 달 가까이 미뤄진 상태다.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보의 관리 체제 아래 있다. 매각 절차 역시 예보가 주관한다. 

MG손보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메리츠화재가 꼽힌다. MG손보 인수전에 참여한 대형 금융사도 메리츠가 유일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8월 매각 경쟁입찰 당시에 인수의향을 밝힌 바 있다. 예보는 MG손보 경쟁 입찰이 결국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지난 10월 초 입찰을 마감했다. 메리츠화재는 이번에도 참여했다. 

매각 과정이 지지부진해지자 최근 메리츠화재 실적 발표에서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이에 대해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엔 메리츠화재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어 매각이 지연되고 있단 관측도 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메리츠가 MG손보 인수를 하는 데 있어 당국으로부터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을 주장해 부담이 커졌단 것이다.  

더 큰 변수는 MG손보의 자본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회계 처리 관련 규제를 강화한 탓에 대부분의 보험사들의 자본은 크게 깎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손해율 가정값을 산출하는데 있어 연령도 고려하도록 했다. 

당국의 안을 따르면 보험사들의 ‘미래이익’ 보험계약마진(CSM)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제도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CSM을 보험사의 자기자본(가용자본)으로 인정한다. CSM이 줄어들면 킥스 비율도 하락한다. 더불어 당국은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측정하는 할인율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세웠다. 이를 적용하면 보험사들의 부채는 더 늘어나 자본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G손보의 자본건전성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킥스 비율은 36.53%로 법정 기준치인 100%를 크게 밑돈다. 더구나 올해 시중금리가 하락해 지난해 말 60%를 넘기던 이 비율은 30%대로 곤두박질 쳤다. 당국의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MG손보의 가용자본이 3000억원 넘게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있다. 6월 말 기준 가용자본은 3572억원이다. 규제의 충격으로 가용자본이 대부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MG손보의 건전성이 더 악화되면 메리츠화재는 인수 후 짊어져야 할 자금 부담도 커진다. 킥스 비율이 낮은 MG손보를 인수하면 메리츠화재의 자본건전성도 악화되기 때문이다.

메리츠의 올해 6월 말 기준 킥스 비율은 224%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가 시행된 상황에서 MG손보까지 인수하면 킥스 하락폭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MG손보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이 되기에 인수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국은 이번 매각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MG손보가 지난해 기준으로 파산을 가정해 산출한 공적자금 규모가 있는데, 이 금액을 넘어서는 자금을 투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더구나 올해가 지나면 새로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공적자금 규모를 산정해야 하기에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MG손해보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