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반도체, 부동산에도 영향줬나···‘반세권’ 휘청
평택·이천·안성 세 곳 미분양 물량, 경기도 전체의 절반 차지···최근 분양실적도 암울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 기대감이 형성됐던 이른바 반세권 부동산 시장이 암흑기를 맞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따른 수요 확보와 대규모 투자에 따른 미래가치 상승 기대감으로 부동산도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과도한 공급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고 분양 사업장도 잇따라 초라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 31곳 시·군 가운데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은 평택(2847가구)이고 이천(1585가구), 안성(739가구)가 평택의 뒤를 이었다. 이들 세 곳의 미분양 수는 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9521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평택의 미분양 물량은 연초인 올해 1월 361가구에 견주어보면 8배나 급증한 수준이다.
미분양 물량만 많은 게 아니다. 이들 지역에서 분양한 사업장의 청약 성과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평택에서 분양한 평택브레인시티 한신더휴는 887가구 모집에 440건 접수로 미달이 났다. 비슷한 시기 이천에서 공급된 신안인스빌 퍼스티지도 1·2순위 청약에서 총 451가구 모집에 203명만 통장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밖에 올해 초부터 분양에 나선 사업장인 평택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평택 지제역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스카이, 이천자이더레브 등도 청약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구축 아파트 시세도 뚝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평택 아파트값은 지난 8월 첫 주 이후 15주 연속 하락세다. 평택 집값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적 기준으로 2.38% 내렸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집값이 1.84%, 경기도 집값이 0.55% 오른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실제 평택의 대장주라 불리는 고덕신도시자연앤자이 전용 84㎡는 이달 5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동일타입의 전고점 기록이 2021년 9억원인 점에 비하면 36%나 내린 가격이다. 다른 단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이들 세 지역의 경우 평택은 삼성전자 캠퍼스, 이천은 SK하이닉스 공장, 안성은 반도체 산단 조성 예정 등 반도체 산업의 수혜가 기대되는 이른바 반세권 지역으로 불리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 투자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평택에 짓기로 한 평택5공장 건설을 잠정 중단했고, 가동 중이던 P2‧P3 공장은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도 멈춘 상태다.
문제는 평택의 경우 앞으로 예정된 공급물량도 많단 점이다. 안중역세권 개발사업의 경우 계획인구가 10만명 규모로, 현재 서평택 전체 인구에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약 7만6000명 규모의 지제역세권도 지구 지정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평택보다 적은 이천조차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평택도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분양관리지역은 HUG가 지정하며, 특정 지역에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거나 해소되지 않을 때 관리대상으로 선정한다. 지정 지역은 분양보증 발급 조건이 강화되다보니 자산가치 하락 위험이나 개발 계획 지연 등의 리스크가 커진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은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앵커기업의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며 “부동산 과잉 공급과 삼성전자의 부진이 겹치고 있는 평택 등 반세권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