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 그룹, ‘박경미’ 내세워 안구건조증藥 위주 R&D 개편할까

휴온스동암연구소 과천 이전, 그룹 R&D 조직 결집···임상개발 전문가 박경미 부사장 영입 휴온스 3Q 누적 R&D비 253억원, 매출비중 5.7%···신약 임상도 안구건조증약, 개편 필요 박경미 부사장, HU-007 삼수 여부 결정할 듯···업계 “목표 수립하고 신약 R&D비 늘려야”

2024-11-15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휴온스 그룹이 박경미 부사장 영입과 동암연구소 과천 이전을 계기로 그룹 R&D(연구개발)를 개편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안구건조증 치료제에 치우쳤던 신약 R&D가 활성화될 수 있을 지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온스 그룹은 이날 오전 휴온스동암연구소의 과천 지식정보타운 입주식을 개최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약학대학에 있던 중앙연구소를 과천으로 이전하며 명칭도 휴온스동암연구소로 변경했다. ‘동암’은 휴온스 그룹 창업주 고(故) 윤명용 회장의 호다. 지난 2013년 안양에서 한양대로 옮겼던 중앙연구소는 휴온스 그룹 R&D 대부분을 담당해왔다. 이어 이번에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지하 6층, 지상 6층 건물에 그룹 통합 R&D센터를 구축하며 계열사 연구개발 역량을 결집한 것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앞서 휴온스 그룹은 신성장 R&D 총괄로 박경미 부사장을 영입한 바 있다.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박 부사장은 같은 대학원 약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CJ 제약사업본부 개발팀 임상 담당 매니저, 한미약품 임상팀 담당 이사, 차바이오텍 개발본부장 전무, 종근당 개발본부 제품개발담당 상무, 지놈앤컴퍼니 부사장을 역임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휴온스 그룹은 그동안 R&D 부사장이 공석이었는데 이번에 박 부사장이 영입돼 그룹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며 “내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그룹이 신약 R&D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2025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한 휴온스 그룹의 신약 R&D 현황은 다소 아쉽다는 업계 지적이다. 핵심 의약품 계열사인 휴온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R&D 비용은 올 3분기 누적 253억원으로 매출의 5.7%를 점유한 상황이다. 통상 상위권 제약사들이 매출 10%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업계 현실에서 R&D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연매출 1조원 규모의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R&D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한 상황이 휴온스 투자금액과 매출비중, 신약 임상에서 파악된다”며 “박 부사장 영입과 휴온스동암연구소 이전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휴온스가 현재 R&D를 진행하는 품목은 신약 1개와 개량신약을 합쳐 5개다. 이 중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신약과 개량신약 등 2개로 집계돼 중장기 R&D 구조 개편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박 부사장이 검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태지만 우선 해결해야 할 현안은 안구건조증 치료제 ‘HU007’이다. 

2015년 1월 연구를 개시한 HU-007은 2020년 임상 3상을 종료하고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보완 요청으로 2021년 6월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어 2022년 11월 3상을 승인 받아 임상에 착수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1차 평가지표 중 하나인 레스타시스 점안액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지만 모이스뷰 점안액에 대비해선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휴온스 그룹 관계자 C씨는 “HU-007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추후 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쉽게 말하면 삼수를 할 것이냐 또는 포기할 것이냐로 요약되는데 임상이 어려운 안구건조증 치료제 특성을 정확히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며 “두 달만 경과하면 (HU007) 연구를 시작한 지 정확히 10년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휴온스가 유일하게 개발하는 신약도 안구건조증 치료제 ‘HUC1-394’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HUC1-394는 펩타이드 기반의 점안제 후보물질이다.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각결막염 등을 유의하게 개선해 손상된 각막을 회복시키며 안구건조증 주요 병인인 염증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낮춘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휴온스는 고혈압, 고지혈증 복합제 2개와 소화성궤양용제 1개 등 개량신약 3개 품목을 개발하고 있다. 모두 임상 1상이다.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휴온스랩도 비만 및 당뇨병 치료 후보물질 ‘HLB1-015’를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경구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같은 신약 등 그룹 R&D를 책임진 박 부사장은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해 현실적 목표를 수립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업계는 조언한다. 신약 R&D 비용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앞으로 제약사업은 매출도 중요하지만 신약을 얼마나 개발하고 출시하느냐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며 “그룹 R&D 조직을 한곳에 모았으니 신약 연구개발 조직을 휴온스 산하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