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페론·엔지켐생명과학, ‘아토피 신약’ 첫 기술 이전 주자는

샤페론, 아토피 치료제 美 임상 2상 전개···글로벌 파트너사 물색, 中 기술이전 기대 엔지켐, 아토피 피부염 신약 국내 2상 추진···먹는 약으로 개발, 환자 투여 편의성 제고

2024-11-08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샤페론과 엔지켐생명과학이 자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국내에서, 샤페론은 미국에서 각각 임상 2상 시험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이전을 통한 상업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에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토피 치료제로 사용되는 기존 약들의 경우 피부위축증, 혈관확장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간 사용시 내성 발생의 가능성이 높다. 샤페론과 엔지켐생명과학은 기존 아토피 피부염 치료 약의 부작용과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임상시험을 고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페리컬 인사이트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21조원(약 152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40조원(약 28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 평균 시장 성장률은 10.5%에 달한다.

엔지켐생명과학·샤페론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개발 현황. / 표=김은실 디자이너

샤페론이 아토피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 ‘누겔(Nugel)’은 면역 저하 등의 부작용 없이 적응 면역계 T림프구에 의한 염증반응을 차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증과 중등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임상 2b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샤페론은 누겔 미국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파트너와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최종 2상 완료 시기는 2026년으로 예상된다. 앞서 샤페론은 지난달 열린 ‘바이오재팬2024’에 참가해 기술이전을 위한 비즈니스 미팅을 추진한 바 있다. 그 결과 중국계 대형 제약사와 자세한 논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페론 관계자는 “올해 누겔에 대해 다인종 환자를 대상으로 부작용과 용량을 확인하기 위한 파트1 시험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는 확정된 두 가지 최적 용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파트 2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비교적 최근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EC-18’에 대한 임상 2상에 착수했다. 이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IND)를 승인받았다. 중등증 또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EC-18을 16주간 경구 투여할 방침이다. 이후 환자들의 습진중증도평가지수(EASI) 변화량을 통해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국내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외 10개 기관에서 2년간 진행한다.

EC-18은 경구용(먹는 약)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한 지난 임상 1상에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와 같은 내성 및 부작용이 없어 복용 시 피부 가려움증, 홍반, 침식 같은 증상을 개선한 결과를 확보했다. EC-18은 면역조절기능을 바탕으로,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원인인 알러젠(Allergen)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민성 면역반응을 제거하는 기전이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EC-18 아토피 피부염 임상 2상의 경우 중증 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며 “EC-18에 대해 아토피 피부염 외에도 구강점막염, 금성방사선증후군 등으로 적응증을 다각화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100만여명에 육박한다. 중증 환자만 약 1만명에 달한다. 특히 입원환자 중 53% 이상이 10대 이하 소아청소년인 만큼 중증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토피 피부염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해 발생하는데 현대인들은 대부분 재발과 완화가 반복되면서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아 혁신 치료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바이오텍들의 신약 개발 트렌드도 엑소좀, 줄기세포 기반 등 다양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