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균’ 동성제약 대표, 해외사업과 ‘포노젠’으로 영업흑자 달성할까
이양구 전 대표 조카로 오너 3세, 해외유학파···4월 부사장 달며 해외사업에 마케팅도 책임 2019년 42억 해외 매출, 5년 만에 200억 육박···포노젠, 췌장암 치료와 복막암 진단 임상 회사 경영난으로 임상자금 유치 필요, 재무전문가 영입···리베이트 기업 이미지 완화도 필요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취임한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가 수년간 진행된 영업적자를 해외사업과 신약 ‘포노젠’으로 흑자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최근 신임 대표이사에 오너 3세 나원균 부사장을 선임했다. 동성제약 창업주인 고(故) 이선규 회장 3남 1녀 중 막내인 이양구 전 대표가 지난 2001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라 23년간 경영한 후 나 대표에게 물려준 것이다. 나 대표는 이 전 대표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 아들이자 이 전 대표 조카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에서 제약사 오너가 아들이 아닌 딸에게 물려주는 것도 흔치 않은데 조카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드문 사례”라며 “나 대표가 동성제약 입사 5년 만에 능력을 인정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1986년생 나 대표는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응용수학과 및 경제학과를 복수전공했다. 이후 2013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입사, 2018년까지 근무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에 파견됐다. 동성제약 국제전략실에 입사한 시점은 2019년이다. 올 4월에는 동성제약 부사장에 오르며 기존 해외사업에 국내외 마케팅 부문도 맡았다.
입사 5년 만에 경영권을 확보한 나 대표는 당장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동성제약 매출은 2019년 865억원, 2020년 877억원, 2021년 844억원, 2022년 933억원, 2023년 886억원을 달성했다. 한때 연매출 1000억원이 예상됐지만 다시 800억원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올 상반기 매출은 444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0,8%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심각한 상황인데 2019년 –75억원, 2020년 –36억원, 2021년 –53억원, 2022년 –31억원을 기록한 후 2023년 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상반기 다시 19억원 영업적자를 보였다.
이처럼 매출 증대와 영업흑자 달성을 위한 경영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와 나 대표는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나 대표는 미주, 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 매출을 2019년 42억원에서 올해 2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시켰다. 2025년에는 250억원 이상을 목표로 정했는데 전체 매출 목표의 25% 가량을 점유한 수치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상반기 수출 실적이 96억원으로 집계돼 올해 200억원 달성 가능성이 있다”며 “객관적으로 봐도 최근 수년간 수출실적이 급등한 것은 수치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동성제약의 또 다른 화두는 광역학치료(PDT) 신약 포노젠이다. 회사가 10여년간 연구한 포노젠은 췌장암 치료 적응증에 대한 임상 2상을 승인 받아 본격 진행이 예상된다.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5.9%로 다른 암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조기 발견율도 10% 미만이다. 동성제약은 포노젠 임상 2상을 절제가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화학요법 병용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다. PDT 유효성 및 안정성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또 동성제약은 포노젠의 복막암 진단 목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 대기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포노젠은 췌장암 치료와 복막암 진단 등 두 암질환에 관련된 신약후보물질”이라며 “포노젠이 임상 2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게 되면 주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나 대표는 해외사업과 포노젠 외에도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초 신설한 환경사업팀을 중심으로 친환경 B2B 비즈니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이산화염소수를 활용한 살균소독제 사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는 나 대표에게 일부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포노젠 관련 두 개의 임상을 앞두고 있는 동성제약과 나 대표에게는 자금이 필요하다. 상반기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8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64억원이 6개월 사이 반토막 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동성제약이 10여년간 PDT 사업과 포노젠에 투자하느라 자금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요한 임상이 코 앞인데 자금난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 대표도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한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오는 11월 26일로 예정된 동성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을 확정할 사내이사 후보로 원용민 밸류시스템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 이사를 추천한 것이다. 1988년생 원용민 이사는 공인회계사이며 EY한영 회계법인 감사본부와 수앤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 PE본부 등에서 활동했던 재무전문가다.
동성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논란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최근 이양구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물러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2심과 3심 재판 결과가 1심과 동일하면 관행상 보건복지부가 해당 약제 약가 인하 등 제재를 가할 수 있고 그때마다 이슈로 부상하며 회사가 힘들게 된다”며 “나 대표에게 악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 대표는 신약 포노젠 임상시험을 진행할 자금 유치와 리베이트 기업 이미지 완화라는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 그가 향후 호재를 살리고 악재를 최대한 줄이는 효율적 경영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