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자산운용, 코리아 밸류업 ETF TR 출시···수익률 차별화 가능할까?
11월 4일 출시 12개 밸류업 ETF 중 유일한 TR···분배금 자동 재투자 코스피200 대비 배당 낮아 변수···코스피200 TR ETF 실패 재현 우려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신한자산운용만 분배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TR(Total Return) 버전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신한자산운용은 미국 대표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 국내판인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내놓으면서 세계 최초로 TR ETF로 출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200 등을 추종하는 TR ETF는 분배금을 제외한 가격변화만을 추종하는 PR(Price Return) ETF와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실상 실패했기에 이번 신한자산운용의 코리아 밸류업 TR ETF 출시에 시선이 쏠린다.
◇ 신한자산운용만 TR 선택한 이유는?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달 4일 국내외 기관투자자, 증권사, 유관기관, 상장기업, 정부당국 등이 모이는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 2024’ 개막에 맞춰 12개 자산운용사에서 각각 코리아 밸류업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코리아 밸류업 ETF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100종목으로 구성됐다.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ETF를 한 자산운용사당 1종목만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12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9곳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를 출시할 예정이고 트러스톤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등은 초과 수익을 노리는 액티브 ETF를 내놓을 예정이다.
신한자산운용은 12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유일하게 배당금을 자동 재투자하는 TR(TotalReturn) ETF로 준비 중이다.
반면 신한자산운용을 제외한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분배금(배당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나눠주는 PR(Price Return) ETF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일부 자산운용사들 월배당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코리아밸류업 지수의 본연의 목적은 기업의 수익성, 주주환원, 자본효율성 및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여 자본수익을 추구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배당수익을 재투자하는 전략으로 운용하는 것이 투자자 및 운용상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장기성과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TR 전략이 해당 지수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코스피200 TR은 실패···밸류업 TR은 다를까
이론상 고배당 ETF일수록 배당금을 1원 단위까지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TR ETF가 분배금을 나눠주는 PR ETF 대비 장기 수익률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배당수익률은 2.2%로 코스피200 지수의 2.3% 대비 0.1%p 낮다. 배당수익률이 낮을수록 TR ETF의 장점이 희석되기에 신한자산운용의 코리아 밸류업 TR ETF가 타 자산운용사의 코리아 밸류업 PR ETF 대비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지수 종목 변경을 통해 지난달 발표했던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된 고배당 종목들을 대거 편입시킬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는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대표적 고배당 종목들로 알려진 은행주와 통신주들이 대거 제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배당 외에 투자자들의 반응도 관건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코스피200 지수 추종 ETF의 경우 각 자산운용사들이 출시한 TR ETF의 기간별 수익률은 코스피200 PR ETF 대비 비슷하거나 낮다. 배당금을 재투자했음에도 수익률이 비슷하거나 뒤처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오래전 상장한 코스피200 ETF에 몰려 있고 뒤늦게 상장한 TR ETF를 외면하면서 수수료에서 TR ETF가 월등히 비싸지게 되어 배당금 재투자 효과를 상쇄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리아 밸류업 ETF 출시에 대해 그동안 출시됐던 다른 관제 펀드처럼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2018년 당시 금융당국 주도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통합한 KRX300지수가 출범했다. 하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여전히 코스피200지수가 국내를 대표하는 지수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코리아밸류업 지수를 놓고서도 기존 시장 대표 지수 대비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 중 55개 종목에 대한 정성적인 평가를 한 결과 24개 종목은 부적합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