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감] “티메프 대책, 쿠팡 봐주기 대책” 플랫폼 사후 규제안 ‘질타’
공정위 국감서 정부 온플 규제안 도마 “정부안 쿠팡만 빠져, 정권 유착 의혹” “구글플레이 독점, 앱마켓 시장 황폐화” “수사기한 질질끄는 공정위 권한 남용”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쟁당국이 추진 중인 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 대책이 이른바 ‘쿠팡 봐주기’로 흘러가고 있단 비판이 나왔다. 정부 대책 핵심인 판매대금 정산 기한, 사후규제 등 제제에 있어 주요 플랫폼 기업 중 쿠팡만 빗겨나 있단 지적이다. 구글플레이, 배달의민족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 폐해와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권력을 남용하고 있단 문제제기도 있었다.
2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감에서는 플랫폼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최근 배달플랫폼 수수료 인상을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과점 문제가 제기되면서 경쟁당국은 사후 제재에 방점을 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위원들은 정부가 당초 온플법 제정 및 사전규제를 염두하다 현행법 개정, 사후규제로 방향을 튼 부분이 미심쩍단 지적을 내놓았다. 특히, 정부안이 쿠팡에 혜택이 집중된단 분석과 함께 정권과 쿠팡 간 유착 가능성을 캐물었다.
◇정권·쿠팡 유착 의혹 제기···공정위 직원 잇단 쿠팡행도 ‘도마’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티메프 사태 관련) 오래전부터 정산 기한을 단축해야 한단 요구가 있었지만 공정위는 자율규제라는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부실을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법 개정안을 통해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 배송완료일로부터는 27일 이내에 한단 방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천 의원은 “올해 공정위 법안 공청회 자료를 보면 입점업체 80% 이상은 구매 확정 열흘 안에 정산받아야 한단 의견을 냈다”며 “주요 오픈 마켓 플랫폼 10개 업체를 보면 티몬, 위메프를 제외한 대부분이 구매 확정일로부터 1~3일이다. 카카오는 3일, 11번가는 2일 네이버,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롯데쇼핑은 1일이다. 아닌 곳은 쿠팡과 무신사 두 곳 정도”라고 언급했다.
학계, 업계에서도 공정위가 현실보다 정산기간을 더 길게 설정한 것은 문제란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한 천 의원은 “공정위 방안으로 혜택을 보는 곳은 쿠팡밖에 없다. 쿠팡 봐주기를 한 것 아닌가”라며 “정책 결정 과정에 쿠팡이 강력한 영향력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한승 쿠팡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5대 기업 회장만 모인 자리에 같이 초대했다. 기업 순위 전체 53위에 불과한데 상당히 의외”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내 주요 국장, 과장 출신들이 쿠팡 임원으로 간 점도 거론했다. 천 의원은 “2020년 경제정책국장이 사외이사로 영입됐고, 2022년엔 공정위 카르텔 총괄과장이 퇴직 후 4개월 만에 전무로 영입됐다. 직전까지 쿠팡을 감시, 감독하던 사람이 4개월 만에 쿠팡 직원이 됐다”고 질타했다.
또 “최근 공정위 직원이 쿠팡과 접촉하는 추세도 급증하고 있다. 사실상 공정위가 쿠팡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쿠팡 봐주기를 하는게 아니냔 의심이 든다”며 “공정위는 국민 편에서 대기업 등 권력자로부터 국민 권익을 지키라고 존재하는 것인데 지금은 대기업이나 쿠팡 같은 강자 편에 서 있는게 아니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8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독자 제정안 마련을 직접 언급했는데 20일 뒤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사전 지정을 사후 추정으로 바뀐 게 핵심”라며 “시장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 제도는 제재 효과가 빠른데 사후 추정 제도는 실질 제재까지 3~5년 걸린다. 도대체 20일간 무슨일이 일어났나”라고 언급, 대통령실 압력 의혹을 제기했다.
시장 지배적 플랫폼 기준도 문제가 있단 분석이다. 신 의원은 “기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 50% 이상이거나 3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라며 “(정부안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 60% 이상에 1000만명 이상 이용자 또는 3개 회사 시장 점유율 85% 이상이고 각 이용자 수 2000만 명 이상, 여기에 연간 매출액 4조원 미만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기존 공정거래법엔 6개 회사가 이 기준에 포함되지만, 정부 입법 방침을 보면 쿠팡과 배달의민족만 쏙 빠진다”며 “이런 미스테리한 정부 입법 방침은 쿠팡, 배민을 봐주기 위한 것 아닌가. 대통령실에서 연락 받았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며 “올해 2월 사전 지정을 포함해 의견 수렴을 조금 더 충분히 하겠단 대외 메시지를 보낸적 있다. 그 이후 사전, 사후 지정 여부가 확정된 적은 없다.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또 “특정 기업 봐주기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업계 일반적 기간을 고려했다”며 “(정산기한을_ 10일로 설정하면 상당수 사업자가 기존 정산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는 업계 부담 주장이 계속 있었다. 특정 기업을 고려해 20일이란 기준을 설정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구글플레이 독과점 폐해 지적···공정위 권한 남용 비판도
이날 국감에선 앱마켓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독점 남용 행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현재 삼성 휴대전화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선 대부분 구글플레이를 통해 어플을 다운받도록 돼 있다. 이에 앱마켓 점유율은 구글플레이가 80~90%로 독점체제이다.
과거 삼성과 이동통신사들은 구글플레이와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를 출시했다. 초기엔 시장점유율이 15% 정도까지 갈 정도로 성장했지만 구글플레이가 게임사를 통해 원스토어 출시를 막고 구글플레이를 통해서만 게임을 출시하도록 멀티호밍 제한을 하면서 성장률이 고꾸라졌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당시 원스토어가 점유율이 5%까지 떨어질 정도로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공정위가 조사를 하고 지난해 4월 과징금 처분을 했다”며 “문제는 원스토어가 이 문제를 신고한 게 2018년이다. 신고부터 과징금까지 6년이 걸렸고, 그사이 원스토어는 점유율이 5%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대 플랫폼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 대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플랫폼이 경쟁업체를 죽이고 시장 독점 체제로 가는데 시간은 굉장이 짧다”며 “그래서 해외에선 거대 플랫폼에 대해 사전지정제를 하는 게 보편적 추세”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여전히 구글 플레이는 게임사들에게 원스토어로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과점 남용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에 앱마켓에서 경쟁체제가 계속 유지되지 못하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권력을 남용하고 있단 비판도 제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권력기관은 공권력 행사를 위해 국민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단 점을 염두해야 한다”며 “공정위는 조사 기간 제한이 없다. 심지어 6년씩 조사하는 경우도 있다. 기간을 이렇게 무한정 늘려 조사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문제 제기했다.
이어 “검찰은 기본적으로 딱 3개월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검사들이 하루빨리 처리하려고 눈에 불을 켠다. 국세청도 조사 기간이 있고 연장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런데 공정위는 국장 전결로 그냥 끝낸다”고 덧붙였다. 조시한 제한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단 지적이다.
한 위원장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관련 사건이 많지는 않지만 조금 오래 걸린다. 관련 경제분석 등 소요 시간이 상당히 많다”며 “담합, 기업결합 관련해선 다른나라에 비해 길지는 않다. 사건 성격상 조금 오래 걸리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입장에서 사건 처리가 굉장히 길게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엔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대책 마련에 나서겠단 의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