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AI 사이니지’ 키우기 바쁜데 LCD 가격 상승에 ‘발동동’
상반기 LCD모듈 매입액 전년 比 11.3%↑ 사이니지 평균 판매가격은 하락 추세 중국 LCD 독점으로 패널 가격 지속 상승 전망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LG전자가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 가격 오름세로 대표 캐시카우 사업인 상업용 디스플레이에서 원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전자의 주요 공급망 중 하나였던 LG디스플레이의 대형 LCD 사업 매각으로, 부품업계는 향후에도 중국업체 주도하에 고가의 패널 가격이 지속해서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다.
21일 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BS사업본부의 올 상반기 LCD모듈 매입액은 4594억원으로 전년 동기(4129억원) 대비 11.3%가량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사이니지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7.5% 하락했으며, 올해 상반기엔 작년 대비 4.7% 더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이니지 만년 2위’ LG전자, 부품계열사 LCD 매각에 타격 불가피
사이니지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 상업용 디스플레이로, 기업들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 콘텐츠 등을 보여주는 등 중요한 미디어 플랫폼이다. LG전자는 사이니지를 포함한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ID) 사업을 2030년까지 4조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현재 AI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최적화 화질 보정 기능과 AI 분석 맞춤 광고 솔루션 등 인공지능을 접목한 사이니지 솔루션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는 올해 255억2000만 달러(약 34조9500억원)에서 연평균 8.4% 성장해 2029년 382억달러(약 52조3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사이니지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매년 2위에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판매량 기준 33%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LG전자는 24.9%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전년(31.1%) 대비 1.9%p 상승했지만, LG전자는 같은 기간 0.2%p 감소했다.
사이니지에 탑재되는 패널 종류엔 LCD와 발광다이오드(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이 탑재됐지만, 쇼핑몰 등 리테일 분야에선 LCD가, 광고판, 스포츠 경기장 등 대형 스크린에선 LED가 주를 이룬다.
그간 LG전자는 사이니지용 LCD모듈을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주요 거래처였던 LG디스플레이가 내년 3월까지 중국 광저우 대형 LCD 생산라인을 중국 2위 패널업체인 CSOT(차이나스타)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대형 LCD 시장은 중국업체의 독과점 체제가 굳어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선 LCD를 독점하게 된 중국이 공장 가동률을 임의로 조정해 패널 가격을 조정하는 형태가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트업체 입장에선 원가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만으로 패널 거래선 다각화···“공급망 제약 없을 것”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작년과 올해 들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고착하는 흐름 중 하나가 패널업체들이 안정된 재고 수준에서 주문받은 것만 생산하는 방식의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철수로) LCD 패널업체가 줄면서 거의 (중국의) 독점 시장으로 형성되다 보니 수요가 좋지 않음에도 패널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대만 등으로 LCD 패널 거래선을 다각화하겠단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국가별 LCD 패널 시장 점유율에서 대만은 26.2%로, 중국(60.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대만의 대표 패널업체에는 AUO, 이노룩스 등이 있다.
백기문 LG전자 ID사업부장(전무)은 최근 BS본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시장 공급 과잉이 되면 가동률을 조정하며 LCD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 우리가 과거처럼 수익구조를 가져갈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있다”며 “먼저 LCD 사업을 정리한 삼성전자 또한 사이니지 사업에서 중국, 대만 등 업체들까지 폭넓게 쓰고 있으며, 우리도 (LCD 공급처로) 꼭 LG디스플레이가 있어야 한단 제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니지나 커머셜 사업은 LG디스플레이의 LCD에 대한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LED 사이니지 같은 경우도 마이크로LED에 집중하고 있는데, 옥외형으로 팔고 있는 제품이나 피치가 낮은 제품들은 이미 중국업체를 메인 공급사로 두고 있으며, 거기에 우리 솔루션을 어떻게 탑재하느냐가 수익구조를 끌고 가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