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수익성 증가···中,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여력 커진다”
중국업체, LCD 독점하면서 2년 연속 가격 인상 성공 LCD TV 대비 OLED 수요 전망치 하향 조정폭 더 커 중국, LCD에서 번 돈으로 미래기술 투자 경쟁서 유리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중국 패널업체가 독점 중인 액정디스플레이(LCD) 사업 수익성이 예상과 달리 증가 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LCD 수요는 줄었지만, 패널업체들이 공급량을 더 큰 폭으로 줄여 패널 가격을 끌어올리면서다.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1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2024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LCD 패널이 수요 대비 공급 초과율이 높은 상황임에도 이 시장을 독점하는 중국업체들은 2년 연속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며 “중국 패널업체 입장에선 앞으로 갈수록 흑자 폭이 개선될 것이고, 돈을 벌면서 LCD 사업을 유지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업체들은 LCD 매출을 확대해 벌어들인 돈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 여력을 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LCD 사업을 철수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경쟁에서 밀릴 위기에 처했단 지적이 제기된다.
박 이사는 “중국업체들은 LCD TV 사업에서 번 돈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여력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TV용 LCD 패널산업은 BOE, CSOT, 티안마 등 중국업체 3곳의 독과점 체제가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국내 대표 패널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유지해왔지만, 내년 3월까지 중국 광저우 LCD 라인을 CSOT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22년 먼저 CSOT에 쑤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수요가 줄고 있는 LCD 패널 사업을 빠르게 중단하고 차세대 패널인 OLED 사업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그러나 TV 시장에서 LCD 패널 수익성은 예상과 커지는 반면, OLED TV 수요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LCD TV 수요 전망치를 기존 3개월 전 예상치 대비 2% 하향 조정했으며, OLED TV는 3%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로 2030년 OLED TV 수요가 기존 전망치 대비 11%, 2031년엔 13% 등 두자릿수 하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LCD에 대한 조정폭은 거의 없었다.
박 이사는 “당초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서 올해와 내년 TV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는데, 이중 LCD 보단 OLED 수요 조정폭이 상대적으로 좀 더 컸다. OLED가 LCD 대비 TV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반영된 것”이라며 “OLED의 경우 캐파(생산능력) 투자가 8.6세대 IT용으로 집중되면서 초대형 시장으로 전환이 되면 80인치 이상 TV를 생산하기 불리해진다. LCD TV는 더 큰 사이즈로 이미 투자가 많이 돼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중국업체들은 LCD 패널 가동률과 수급량을 조정하며 지속해서 패널 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익성을 끌어올려,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를 확대한단 방침이다. 8.6세대 IT용 OLED 투자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8.6세대 IT용 OLED 투자를 발표한 패널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여기에 총 4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BOE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비전옥스도 투자 계획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이사는 “모바일 PC용 OLED 수요와 8.6세대를 하는 3곳 패널업체의 캐파 전망치를 비교했을 때 2029년 공급이 수요의 91%를, 2030년엔 84%까지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캐파를 다 돌리면서 시장에 판매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도 오히려 모자란단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은 모바일 PC용 OLED 패널을 2030년 1억개로 예상하지만 2억~3억개로 늘어날 수도 있고, 그러면 OLED 투자가 더 필요해진다. 중국업체들은 이 돈을 LCD 팹에서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