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5억 올려줘도 부족해”···위례신사선 또다시 표류 조짐

서울시 2차 재공고···공사비 증액분 반영 “공사비 1000억 올라···마진 남기기 어려워” 유찰 시 재정사업 전환···사업 장기화 우려 커져

2024-10-07     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이 사실상 마지막 기로에 놓인 가운데, 건설업계에선 여전히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차 재공고에서 서울시가 최대 쟁점인 사업비를 700억원 넘게 증액했음에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이번 재공고도 유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2차 재공고를 추진한다.  이번 공고에선 총사업비를 1조8380억원으로 인상했다. 지난 8월 1차 재공고 당시 1조7605억원 대비 775억원 증액한 것이다. 최초 공고인 2015년 말 1조4847억원과 비교하면 3533억원이 인상됐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의 핵심 교통망으로 위례중앙광장에서 출발해 가락시장역, 학여울역, 삼성역, 청담역 등을 거쳐 신사역까지 이어지는 길이 14.7㎞ 경전철이다. 노선 전체가 강남권에 위치해 황금 노선으로 불린다. 2008년 2기 신도시로 건설된 위례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계도도 그리지 못했다.

/ 그랙픽=시사저널e DB

매번 사업성이 발목을 잡았다. 최초 사업자인 삼성물산 컨소시엄(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 등)은 위례와 용산을 잇는 사업 계획을 제출했다가 2016년 10월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철회했다. 이후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던 GS건설이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해 다시 추진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은 2017년 위례와 신사를 잇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했고, 2020년 1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사가 지연됐고 그사이 금리와 공사비가 급격하게 오르며 사업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GS건설 컨소시엄이 서울시에 공사비 1100억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측은 협의점을 찾지 못했고 서울시가 GS건설 컨소시엄에 부여했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하면서 사업은 원점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민간사업자 재공모를 진행했으나 참여하겠다고 나선 민간사업자가 없어 결국 유찰됐다.

서울시는 당초 재공고에서 유찰됐을 경우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할 방침이었지만 최근 기획재정부의 민자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면서 다시 한번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앞서 기재부는 최근 공사비 상승 등 비용 인상 요인을 반영해 민자 사업비를 최대 4.4%까지 증액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이번 재공고에선 대표자의 출자지분율을 14.5%에서 10%로 낮추고, 시공능력평가액도 조정하는 등 자격요건을 완화해 참여 가능한 사업자 범위를 확대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까지 사업자 공모를 실시한 뒤 내년 1월 새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 인상과 자격 요건 완화에도 건설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최초 사업비를 책정한 시점이 10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액분이 많은 금액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4.4%(775억원) 가량 올려줬는데 위례신사선 공사비가 1000억원 가량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적은 금액이다”며 “사업비에는 공사비 외에도 조사비, 설계비, 보상비 등이 포함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증액분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액분이 10%(1700억원) 이상은 돼야 참여하는 건설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번 2차 재공고도 유찰될 경우 위례신사선을 재정 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사업 기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뿐더러 총사업비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