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던던에 드러난 뉴롯데···새로운 랜드마크 될까

세븐일레븐, 최초 패션·뷰티 특화 점포 선봬 롯데하이마트도 창사 이래 최초 매장명 변경

2024-09-30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자산개발의 동대문 쇼핑몰 피트인이 ‘던던(dundun)’으로 재탄생했다. 한동안 영업을 중단했던 피트인은 던던으로 이름을 바꾸고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오프라인 실험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롯데자산개발이 변화하는 동대문 상권에 맞춰 내놓은 전략이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피트인 동대문점은 지난 27일 ‘던던 동대문점’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던던 동대문점은 기존 동대문 피트인을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새롭게 선보이는 점포다. 지하 3층부터 지상 8층으로, 매장 면적만 약 1만6000㎡(약 4840평) 규모다.

던던 동대문점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연결돼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던던 사업은 롯데자산개발이 맡는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그룹의 부동산개발, 해외사업을 전담하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다만 2020년 이후 롯데는 롯데자산개발의 실적 부진을 근거로 대규모 희망퇴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롯데자산개발은 보유하고 있던 주요 복합몰 사업, 부동산 개발 등 자산을 롯데쇼핑, 롯데호텔, 롯데건설 등 계열사로 모두 매각했다. 수백명에 달했던 임직원도 10여명 수준으로 줄였다. 현재 남은 자산은 대부분 해외 부실 사업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동대문 상권이 부활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두고 던던을 4년 만에 재개장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1만8463명으로 전년 동기(86만7130명) 대비 63.5% 늘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과 MZ세대의 방문이 급증한 동대문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 ‘던던 동대문점’을 새롭게 선보인다”면서 “다양한 차별화 콘텐츠를 앞세워 동대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던던은 롯데 유통군의 새로운 시도가 담겼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최초로 패션·뷰티 특화 매장을 열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기존 유통채널로서의 틀을 한 단계 도약하는 ‘뉴리테일’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 / 사진=한다원 기자
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은 패션, 뷰티 특화점포다. / 사진=한다원 기자

통상 편의점은 식품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담배 제외)을 차지한다. 따라서 식품 중심의 편의점으로 꾸려지지만, 세븐일레븐은 동대문 특성에 맞춰 패션·뷰티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 이번 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은 약 80평 규모로, 일반 점포 대비 3.5배 넓다.

해당 매장은 패션·뷰티 콘텐츠를 메인으로 K-푸드, 체험형 놀이공간, PB(자체브랜드) 전시존 등을 집결한 것이 특징이다. 패션의 경우 홍대, 성수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스트릿웨어브랜드 ‘뭉(MWOONG)’과 손잡고 맨투맨, 후드티 등을 판매한다. 뷰티도 마녀공장, 메디힐, 셀퓨전씨 등 브랜드와 여행용 및 기초 화장품들 위주로 선보였다. K-푸드코트에선 인기 한국 먹거리들을 비주얼화해 인테리어와 집기 등에 적용했고, K-라면존을 선보여 외국인 방문객들이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 내부. / 사진=한다원 기자

세븐일레븐은 이번 동대문던던점을 시작으로 패션·뷰티 특화 점포 운영을 확장할 방침이다. 특히 해당 매장을 통해 집결되는 외국인 관광객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빠르게 변화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예측하고, 글로벌 세븐일레븐 수출 전략에도 이를 반영해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장명에서 ‘하이마트’를 뺀 ‘더나노스퀘어(THE NANO SQUARE)’를 선보였다. 지금까지의 매장과 차별화를 두겠단 의미다. 더나노스퀘어는 ‘주거 공간에서 취향에 따라 만들어지는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의미의 ‘나노’와 ‘고객, 크리에이터, 브랜드가 교류하는 플랫폼적 공간’을 의미하는 ‘스퀘어’를 결합해 만들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최초로 매장명에서 하이마트를 뗐다. / 사진=한다원 기자
동대문 던던에 오픈한 더나노스퀘어. / 사진=한다원 기자

공간 구성도 기존 가전 양판점 틀에서 벗어나 ‘가전 편집숍’으로 재탄생했다. 매장은 크게 ‘페르소나 쇼룸’, ‘큐레이션 라이브러리’, ‘일렉 소사이어티’ 등으로 구성했다. 페르소나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주요 사용 타깃층을 유형화한 가상의 인물을 의미한다.

페르소나 쇼룸은 MZ세대, 1인 가구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다섯 개의 페르소나로 설정해, 각 분야별 크리에이터와 협업, 크리에이터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각종 소품들과 전자제품을 함께 비치해 전시공간으로 구성했다. 큐레이션 라이브러리는 페르소나 쇼룸에 전시된 전자제품을 포함해 라이프스타일별 상품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일렉 소사이어티는 캐주얼한 전자제품 액세서리와 비가전 라이프스타일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팝업 라운지로 만들었다.

동대문 던던점 롯데하이마트가 더나노스퀘어로 새롭게 선보였다. / 사진=한다원 기자

롯데하이마트는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타깃 고객인 1인가구, MZ세대가 관심 많은 카테고리를 선정하고 해당 분야의 인플루언서 등과 협업해 차별화된 공간과 상품을 선보여 고객 접점을 강화했다. 또 ‘더나노스퀘어’의 전체 판매상품 중 30% 이상을 경쟁력 있는 신규 상품으로 배치했다. 앞으로 롯데하이마트는 더나노스퀘어를 단순 상품 판매 공간이 아닌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활용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롯데자산개발이 내놓은 던던 전략이 통할지 지켜봐야한다는 분위기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해 영업손실 38억원을 냈다. 1년 사이 30억원가량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에 머물러 있다. 실적 개선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순 외국인 관광객으로 던던 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 전반에 MZ세대를 겨냥해 백화점 이름을 바꾸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과거 롯데몰을 성장시킨 전력이 있는 롯데자산개발이 던던 점포를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