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공사 선정”···속도 내는 ‘압구정 재건축’

‘대장’ 3구역, 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 목표 4구역 정비계획 공람, 69층·1722가구 공식화 ‘최고 70층’ 2구역 정비계획, 도계위 심의 앞둬 “2~5구역 속도 비슷, 수주 경쟁 치열할 것”

2024-09-23     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한민국 대표 부촌 압구정에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각 구역별로 초고층 개발 청사진이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모든 구역이 사업 속도가 비슷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경우 역대급 수주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24개 단지가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각 구역은 ▲2구역(현대 9·11·12차) ▲3구역(현대 1~7차, 현대 10·13·14차, 대림빌라트)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 ▲5구역(한양 1·2차) 등으로 구성됐다. 4개 구역 모두 지난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2~5구역은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정비계획 입안 절차를 밟고 있다. 정비계획이 결정되면 내년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서게 된다.

압구정 재건축 대장은 3구역이다. 3구역은 규모가 가장 크고 중심부에 위치했다. 한강 쪽 튀어나온 명당인 데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도 가깝다. 재건축 이후 5810가구가 들어선다. 종상향을 통해 70층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말 희림컨소시엄(희림·나우동인·유엔스튜디오)을 재건축 설계사로 선정했다. 조합은 지난 6월부터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회의와 주민공람, 강남구의회 의견정취 등을 거쳐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고 정비계획이 최종 고시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3구역은 올해 하반기 정비계획 결정 고시 이후 내년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설 전망이다. 수주전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간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압구정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등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HDC현산은 과거 압구정현대를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2구역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최고 70층, 2606가구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 변경안이 이달 10일 강남구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통과했다. 연내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정비계획이 결정·고시되면 70층 재건축이 확정된다. 정비계획이 확정되면 내년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구역은  디에이건축과 프랑스 설계사 ‘도미니크 페로 건축사’(DPA) 컨소시엄을 설계사로 선정했다. 도미니크 페로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독일 베를린 올림픽 벨로드롬 등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100%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동을 배치하고 베르사유를 담은 3만6000평 규모 프리미엄 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4구역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곳은 조합설립인가를 압구정에서 가장 먼저 받았을 만큼 재건축 의지가 강하다. 강남구청은 13일부터 최고 69층 이하, 1722가구 규모를 짓는 4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을 주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후 강남구의회 의견청취를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심의 이후 정비계획이 확정되면 내년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설계사는 디에이건축·가람건축·칼리슨RTKL(미국) 컨소시엄이다. 칼리슨RTKL은 미국 아마존 본사 디자인에 참여했고, 국내에선 더현대서울 등을 설계했다.

희림컨소시엄의 압구정3구역 설계 투시도 / 사진=희림건축

5구역은 이달 6일 정비계획 변경안을 강남구청에 제출했다. 정비계획안을 살펴보면 재건축 이후 1540가구, 49층으로 계획됐다. 이달 주민공람과 설명회 이후 강남구의회 의견 청취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연내 정비계획 결정고시가 목표다. 1구역과 6구역은 신속통합기획에서 제외된 데다 각 아파트가 분리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어 아직 재건축 규모 등 구상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1구역은 미성1차가 분리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으며 6구역의 경우 한양7차가 단독으로 조합을 설립했다.

업계에선 압구정이 정비사업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은 단순한 주거지 개발을 넘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우는 일종의 상징적 전투가 될 것이다”며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해줄 뿐 아니라 향후 다른 고급 재건축 시장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강남구가 선제 조치에 나섰다. 강남구는 지난 6일 대우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삼성물산,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등 8개 대형 건설사와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과정 불공정·과열 방지 및 정비사업 수주 문화 선진화’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을 놓고 자치구와 다수의 대형 시공자가 상생협약을 맺은 것은 자치구 중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