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수입차 등록대수 1위지만···고객 신뢰 회복 실마리는?
벤츠 등록대수 79만대···수입車 업계 선두 유지 전기차 화재 난관 봉착···고객관리·마케팅에 만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수입차 등록대수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기차 이슈 이후 고객 신뢰 회복을 과제로 안았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의 올해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등록대수는 수입차 업체 중 최다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벤츠 코리아의 지난 1~8월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4만7405대) 대비 16.3% 감소한 3만9666대로 집계됐다. 전기차를 비롯해 S-클래스, AMG, 마이바흐 등 고성능·럭셔리 차급 모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일시 둔화)과 고물가 기조 속에서 벤츠 코리아를 비롯한 주요 수입차 업체 대부분 작년보다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 신차 판매 2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등록 대수는 1위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집계 결과, 지난 7월말 벤츠 차량 등록 대수는 78만9103대를 기록했다. BMW 코리아 70만5018대, 아우디 코리아 23만6912대, 폭스바겐 코리아 21만6330대, 렉서스 코리아 14만2326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벤츠 코리아는 지난 2022년까지 7년 연속 수입차 최다 판매 브랜드에 등극하는 등 성과를 거두며 높은 등록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국내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 충성도를 기반으로 여러 인기 모델의 물량을 적극 확보했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쳐 성과를 거뒀다.
BMW 코리아가 지난해 판매 1위 위상을 탈환하면서 벤츠 코리아를 추격하고 있지만 8만여대 격차를 단기간 내 역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벤츠 코리아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악화한 일부 여론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달 초 인천 거주지에서 벤츠 전기차 EQE 화재 사건이 발생한 후,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고객 우려가 돌연 확산됐다.
벤츠 코리아는 전기차 화재에서 시작된 고객 불안을 해소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달 9일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을 통해 화재사고 피해 복구, 주민 생활 정상화를 위한 지원금 45억원을 전했다.
또한 같은 달 14일 벤츠 전기차 고객들을 대상으로 차량 무상점검을 전면 개시하고 현재 전용 핫라인을 24시간 운영하며 고객 문의에 응대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모든 벤츠 전기차 고객에게 30만원 상당 충전 바우처(쿠폰)를 일괄 지급했다.
전기차 고객 케어와 별개로 브랜드에 대한 고객 관심을 유도하고 긍정적인 관점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현재로서는 내연기관차 영역에 가까운 고성능, 럭셔리카 분야를 소재로 한 마케팅에 비중을 더욱 싣고 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더욱 늘어난 가짓수의 AMG 차량을 서킷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AMG 익스피리언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벤츠 코리아는 서울 압구정동에 5층 규모 마이바흐 브랜드 공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 센터’의 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바흐 브랜드 전용 시설로 고객에게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주요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이달 마이바흐 고객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자체 도입했다.
이밖에 벤츠 코리아는 럭셔리 오프로더 ‘G-클래스’의 부분변경모델 출시 일정을 조율 중이다. 벤츠 코리아가 일련의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고성능, 럭셔리 가치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벤츠 코리아는 그간 이어온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 긍정적인 여론 조성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공헌 조직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를 통해 최근 전국 35개 사회복지기관에 기금 2억5000만원을 전달한 것이 최근 사례다. 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아 기금 누적 45억원을 전달한 점도 강조했다.
이밖에 벤츠 코리아는 대학생(AET), 고등학생(아우스빌둥)을 각각 자동차 정비 전문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수료생 누적 440여명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화재 이슈와 이에 따른 브랜드 위상 변화 여부를 신중하게 살펴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벤츠 코리아 판매실적(5286대)이 전년동월(4369대) 대비 증가했기 때문이다.
벤츠 전기차 화재 사례가 1건에 불과하고 화재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사고 이슈와 별개로 벤츠 차량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벤츠 코리아는 화재 원인규명 과정에 적극 임한다는 방침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