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 들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2년 만에 철거 기로

박원순 도시재생사업 일환 조성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전면 재개발 가닥 서울시 “이용자 적어 상권 도움 안 돼”

2024-09-16     길해성 기자
세운지구 공중보행로(인현상가-호텔PJ 구간)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1100억여원을 들여 지어진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개통 2년 만에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공중보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고 기존 목적인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아 철거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공중보행로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23일 중구 구민회관에서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세운상가 일대는 2015년 12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되고 2017년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해 산업 재생, 보행 재생, 공동체 재생이라는 목표하에 9개 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이번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은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이 대부분 마무리됨에 따라 이들 사업에 대한 완료 조치를 담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 공청회에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에 대한 시민의렴을 수렴할 계획이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세운상가에서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PJ호텔, 인현·진양상가까지 약 1km 구간에 걸쳐 설치돼 있다. 박 전 시장 때 낡은 세운상가를 보존하기 위해 예산 1109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2022년 7월 완전 개통됐다.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는 이용이 저조할 뿐 아니라 지상부 보행 및 가로 환경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의 보행량은 하루 평균 1만 1731건으로 2017년 예측치(10만 5440건)의 11%에 불과했다. 지상부 보행량은 설치 전보다 59% 감소(38,697→23,131건/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풍상가~PJ호텔 구간의 보행교는 실제 일평균 보행량이 1757건으로 예측치의 6.7%에 그쳤다. 보행교 설치로 지상부 보도가 협소해지고 하부로 일조가 차단됐다는 지적 역시 제기됐다.

서울시는 주민 의견 수렴 등을 반영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중보행로 1㎞ 구간 가운데 삼풍상가와 PJ호텔 사이에 있는 보행교(250m)가 우선 철거된다. 나머지 750m 구간은 보행로가 상가건물에 조성돼 있어 바로 철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상가군 공원화 사업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공원으로 조성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앞서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운상가군 재개발 구상을 밝히며 “공중 보행로는 대못이 될 수밖에 없다”고 철거를 시사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PJ 호텔, 인현상가, 진양상가 등 상가군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공원이 들어선다. 공원 주변으로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고, 을지로 일대 도심공원 하부에는 1200석 규모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길 계획이다.

공중보행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반발은 변수로 꼽힌다. 세운상가협의회 측은 영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보행로 철거에 난색을 보인 바 있다. 서울시는 상인들이 계약만료 후에도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행정 처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적 다툼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