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흥행, 가격이 관건”···현대차, 사업효율 증대에 고심
미래차 출시 앞두고 신차 가격 상승세 이어져 GM과 협력해 비용절감·사업효율 성과창출 시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향후 신차 대거 출시를 앞두고 사업 비용 절감, 효율 증대를 위한 외부 협력을 추진한다. 원자재값, 인건비 등 통제하기 어려운 비용 요소의 영향을 완화하고 수익성 강화를 노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장기 사업 전략 ‘현대 웨이’의 일환으로 다양한 전동화 차종을 확대 출시할 계획이다.
캐즘(대중화 전 수요 둔화)이 오는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 고객 편익 향상을 위한 전동화 전략을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전기차(BEV) 모델을 현재 11종(제네시스 포함)에서 2030년까지 21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BEV 뿐 아니라 내연기관과 결합한 전동화 차종인 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판매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내년 신차부터 성능, 연비를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새롭게 탑재하고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REV는 엔진으로 전기를 일으켜 배터리 용량 충전 후 운행하는 전기차를 뜻한다. 동급 BEV보다 더 긴 주행거리를 달성하고 배터리 용량을 줄여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이밖에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수요에 발맞춰 오는 2026년 상반기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다채롭게 적용한 신차를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현대 웨이를 통해 신차 원가 절감을 줄곧 강조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가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 니켈의 비중을 낮춰 주행거리를 조정한 보급형 NCM 배터리를 개발해 고객 선택폭을 넓힐 계획이다. 또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존 시스템과 같은 원가에 공급 가능하고, EREV는 기존 엔진을 사용하는 동시에 배터리 용량을 낮춰 생산단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자동차 산업 국면이 급전환되는 추세 속에서 업체 홀로 경쟁력을 확보, 강화해나가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 일시 둔화(캐즘), 중국차 공세, 기술 급속 발전,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 환경 속에서 신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간 협력이 필요해졌다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지출 비중을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이는 차량 단가 인상 급상승세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매출원가율)은 2020년 상반기말 83.1%에서 지난 상반기말 78.8%로 4.3%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승용차의 평균판매단가(ASP)는 4182만원에서 5345만원으로 27.8% 증가했다.
ASP 상승 요인으로 소비자 선호에 따라 전기차, 고급차 라인업이 확대된 점이 꼽힌다. 동시에 철광석, 알루미늄, 구리 등 차량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의 인상분이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다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신차 가격 장벽은 높아진 실정이다. 일각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전략이 최근 변화한 산업 국면 속에서 한계에 직면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업계 일각 “GM과 협력, 비용 절감 압박 받는 듯”
현대차는 이 가운데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손잡고 자동차 사업 다방면에 걸쳐 공동 작업하기로 약속했다. 전날 현대차와 GM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향후 승용·상용차, 내연 기관, 청정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 공동 개발 및 생산 등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양사는 향후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며 생산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다양한 제품군을 고객에게 신속히 제공하기 위한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한 배터리 원자재, 철강,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양사 모두 이번 협력을 통해 비용 절감, 효율 강화를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는 핵심 시장과 자동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며 결합된 전문성과 혁신 기술을 통해 더 강력한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OU 체결식에 참석한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양사 협력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엄격한 자본 배분을 지원해 차량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협업 내용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어지는 논의를 통해 공동 프로젝트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례적으로 완성차 업체와 전략적으로 협력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 오토는 “현대차, GM 협력은 현재 국가별 규제를 충족하고 중국 저가 전기차 제조사와 경쟁하기 위해 비용 절감, 기술 확장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거대기업 전략적 제휴 사례가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스텔란티스(FCA-PSA), 폭스바겐-포드, 토요타-BMW에 이은 합종연횡 사례라는 관측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현대차, GM 협력은 최근 급변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대응해나가기 위한 네트워크 경쟁이 격화한 가운데 이뤄졌다”며 “현대차가 이번 협력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 자율주행 역량 강화 등 성과 창출을 예상하지만 초기 단계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