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왜] 한동훈이 운 뗀 ‘여야의정 협의체’, 왜 시작이 어렵나요?

정치권 개입하며 그나마 대화 가능성 생겼지만 선결과제들 있어

2024-09-14     엄민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끝이 보이지 않던 의정갈등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개입으로 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모두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들어 의료개혁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인데요. 실제 작동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주는 지난주 큰 이슈였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에 대해 짚어봅니다.

◇ ‘협의체’ 만들기도 전에 ‘전투모드’ 안 푸는 의정

협의체는 말그대로 협의를 하자는 기구인데, 무엇보다 주요 당사자들이 여전히 여론전을 펼치거나 고집을 부리며 전투모드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정부관계자들은 의료붕괴가 상황은 아니라고 해놓고 브리핑에선 “의료대란은 전공의 책임”이라는 등 의료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거나 여론전을 펼치고 있고 의사협회(의협)은 “2025년 증원 재논의 없이는 무조건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강경모드로 나서고 있습니다.

깊어진 감정의 골이 대화 테이블까지 나오게 하는 것조차 힘들게 하는 모습입니다. 대화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전투모드부터 풀어야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시작도 전에 의제 및 테이블 앉을 사람 놓고 설왕설래

협의체는 논의할 의제가 있어야 되는데,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무엇이 의제가 될지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일단 당정에서부터 2025년 증원부터 협의 대상으로 일단 올릴지 의제로 열어놓는 것도 안될지 혼돈이 있는 상황입니다. 또 한동훈 대표는 일단 참여하는 의료계와 먼저 대화를 시작하자고 하는 반면, 야당에선 대표성 있는 단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자리 자체가 협의체인만큼 사태악화에 지분이 있는 서로 얼굴 붉히게 하는 인사들이 아닌 이성적으로 협의가 되는 인물들로 꾸리는 게 효과적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됩니다.

◇ 각양각색 의료계 정리가 관건

협의체 출범을 어렵게 하는 것 중 하나라 의료계 자체가 단일대오 정리가 사실상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의료계는 대학병원, 일반 개원병원 등마다 사실상 상황이 다 다르고 같은 대학병원도 교수, 펠로우, 전공의 등등이 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또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도 입장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각계에서 누군가 나서거나 의협을 중심으로 하거나 아니면 대화할 이들 모두 참여하거나 하는 식으로 의료계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애초에 풀기가 어려운 문제라 이를 잘만 해결한다면 의정갈등의 제3자였던 정치권도 모처럼 할 일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말대로 지금 상황이 ‘의료붕괴’는 아닐지 몰라도 ‘의료대란’은 맞는 만큼 참여자들 모두 서로 '니탓' 하거나 고집을 내려놓고 열린 상태에서 대화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