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및 인프라 ETF 출시 '봇물'···자산운용사들 대거 참전한 배경은?
미래에셋운용 이어 NH-아문디운용도 전력기기 ETF 상장 예정 대신자산운용부터 신한·한화·키움 등 중소형 운용사 대거 출시 AI 열풍에 2030년까지 슈퍼사이클···각 ETF마다 차별화 용이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인공지능(AI) 수혜업종으로 부각되고 있는 전력기기 및 전력 인프라 ETF를 대거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력기기 및 인프라 ETF처럼 자산운용사들이 특정 산업을 추종하는 테마형 ETF 경쟁에 대거 뛰어든 경우는 다소 이례적이다.
통상 국내 ETF 시장에서는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대형 자산운용사와 경쟁을 두려워하기에 테마형 ETF를 쉽사리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전력기기 및 인프라 ETF는 다른 ETF와 달리 편입 종목을 비교적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기에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로서는 차별화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 미래에셋 이어 NH-아문디도 참전···8개 운용사 ‘격전’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이달 HANARO 전력설비투자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ETF는 'iSelect 전력설비투자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력설비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전날 TIGER 글로벌AI인프라액티브 ETF를 출시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까지 포함하면 8개 자산운용사가 전력기기 및 인프라 ETF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올해 6월 18일 대신자산운용은 DAISHIN343 AI반도체&인프라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대신자산운용에 이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월 9일 KODEX AI전력핵심설비,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등 2종의 ETF를 통시에 내놓았다. 같은 날 삼성자산운용의 100%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도 KoAct AI인프라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이어 일주일 뒤에는 신한자산운용도 SOL 미국AI전력인프라 ETF를 내놓았고 8월에는 한화자산운용이 PLUS 글로벌AI인프라 ETF, 키움투자자산운용이 KOSEF 글로벌전력GRID인프라 ETF를 상장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전력기기 및 인프라 ETF를 대거 출시한 배경으로는 인공지능 고도화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전력기기 및 설비 수요가 꼽힌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22년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력망 시스템 노후화에 따른 교체 주기도 맞물리면서 올해 전력기기 주문량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증가에 따른 신규 전력망 구축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업체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유럽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력기기 수요 증가세가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다양한 레시피 가능···중소형사 ‘차별화로 승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대형 자산운용사들과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력기기 및 인프라 ETF를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로서는 상품구성이 비슷한 ETF라면 대형 자산운용사 대비 수수료 경쟁 및 브랜드 인지도에서 열위이기에 ETF 경쟁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전력기기 및 인프라 ETF는 자산운용사마다 편입 종목 구성을 비교적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편이다. 관련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각사 ETF마다 지향하는 특성과 편입 종목 차별화를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AI전력인프라 ETF는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종목에도 투자한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AI인프라 ETF는 인공지능 인프라와 네트워크 장비, 냉각시스템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데 엔비디아 투자 비중도 매우 높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글로벌전력GRID인프라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퍼스트트러스터 나스닥 클린엣지스마트그리드인스트럭쳐(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Smart Grid Infrastructure) ETF(티커명 GRID)의 국내판이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글로벌AI인프라액티브 ETF를 출시하며 구리 관련 기업과 우라늄을 포함한 원자재 비중을 높였다. 구리와 우라늄과 같은 원자재가 AI 인프라의 필수 요소라는 점을 근거로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편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