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 밸류업 계획 이행 시작···만년 저 PBR 벗어날까

밸류업 계획 발표 후 3거래일 만에 자사주 매입 공시 기업가치 제고 적극성 긍정 평가···장 초반 주가 7% 넘게 상승 PBR 여전히 업계 평균 아래···보다 공격적인 제고 나와야 지적도

2024-09-11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DB금융투자가 증권업 대표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주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소형사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나선 이후 곧바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적극성을 드러낸 까닭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 규모가 작고 구체적인 소각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평가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올해 말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65만주(약 39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전날 공시했다. DB금융투자가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것은 202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DB금융투자의 자사주 매입 공시는 밸류업 공시 이후 곧바로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는 그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DB금융투자 측도 이번 자사주 매입 배경을 ‘기업가치 제고 계획상 주주환원 정책 이행’이라고 밝혔다. 

DB금융투자는 앞선 이달 5일 총주주수익률(TSR) 제고를 최상위 목표로 하는 밸류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DB금융투자의 밸류업 공시는 중소형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DB금융투자는 밸류업을 위해 ▲2027년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 ▲2027년 PBR 업종평균 상회 ▲향후 3년간 주주환원율 40% 이상 등 목표를 내세웠다.

DB금융투자가 밸류업에 나서면서 만년 저 PBR을 벗어날지 관심이 모인다. DB금융투자의 PBR은 지난달 말만 하더라도 0.19배에 불과했다. 이는 상장 증권사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자 전체 코스피 종목 중에선 23번째로 낮은 PBR이었다. PBR이 1배보다 낮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 못 미칠 만큼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이에 DB금융투자가 밸류업 공시를 낸 것 자체만으로도 큰 호재가 됐다. DB금융투자의 주가는 밸류업 공시를 한 다음 거래일인 이달 6일에만 21.4% 급등했다. 이날 장중에는 29.22%까지 치솟기도 했다. 예상치 않았던 DB금융투자의 밸류업 공시에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발생한 결과였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다만 아직 갈 길은 먼 것으로 평가된다. DB금융투자의 PBR은 여전히 0.23배로 대표 증권주로 구성된 ‘KRX 증권업종’ 지수의 PBR 평균 0.5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DB금융투자가 내세운 2027년 PBR 업종평균 상회 목표는 본업의 경쟁력 및 수익성 제고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이 추가로 나와야 가능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당장 이번 자사주 매입도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지목된다. 이번에 매입할 자사주는 65만주로 전체 유통주식 수(4077만8889주) 대비 1.6% 수준이다. DB금융투자는 2022년에도 65만주(4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는데 당시보다 규모가 커지지도 않았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책으로 분류되는 자사주 소각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자사주 소각에 나서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알린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DB금융투자는 이와 관련 ‘환원 재원이 부족하거나 자사주 보유 비중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때 기보유 자사주 소각 활용하겠다’고 밸류업 공시에서 언급한 바 있다.

DB금융투자는 앞으로도 밸류업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DB금융투자는 앞서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우리사주조합 프로그램을 통한 직원들의 자사주를 매입 지원 등으로 회사와 임직원, 주주 및 잠재 투자자들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DB금융투자 주가는 자사주 매입 공시 영향에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대비 1.6% 상승한 5720원에 출발한 DB금융투자는 장중 7.99%까지 치솟았다가 차익실현 매물 영향에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