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청약가점제 대책은···“부양가족 손질 필요, 무늬만 무주택자 문제”

최근 청약당첨 가점 급상승···위장 이혼·부양가족 등록 등 편법 속출 “무주택기간 등 항목 조정 필요”···“진짜 무주택 서민 특공 확대해야”

2024-09-10     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청약시장에서 당첨 점수가 치솟으면서 청약가점제를 보완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핵가족화를 반영한 부양가족수 기준을 마련하고, 무주택 기간과 점수를 확대해야 한단 조언이다. 고소득·고자산 무주택자를 청약제도로 지원하는 게 부적절하단 진단도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약 당첨 점수가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추산 지난 7~8월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의 청약 당첨 최저점수는 63.3점으로 전년 같은기간(58.74점)보다 4.56점 상승했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45.56점)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당첨 커트라인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던 방배5구역 최저 당첨가점이 4인가족 기준 만점인 69점으로 나타나면서 청약가점 제도 설계가 적절한지 살펴볼 시점이 됐단 지적이 나온다.

청약가점제는 장기간 무주택 서민에게 분양 당첨에 있어 우선적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됐다.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청약가점이 결정된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편법들이 동원되는 실정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가족수를 늘리기 위해 형식적으로 이혼을 하는 등 오직 많은 이익을 위해 제도 사각지대를 악용하려는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투기세력에 의해 혼탁해지는게 아니라 서민, 무주택자 할 것 없이 강남에 5억원, 10억원 프리미엄이 기대된다고 하니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에서 고객들이 주택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청약가점 항목 비중을 조정해야 한단 진단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무주택 기간의 경우 만점이 15점인데 20년 정도로 늘리고 점수 비중도 확대해야 한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서울 같은 곳은 20년 이상 기다린 사람이 많다”며 “부양가족도 현실화가 필요하다. 본인 포함 7명이어야 만점인데 요즘은 핵가족화된 상황이다 보니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주소만 옮기는 식으로 편법이 난무한다”고 언급했다. 줍줍(무순위청약)의 경우 부양가족이 많거나 중저소득자에게 돌아가는 식으로 설계해야 한단 조언이다.

사후적 청약 자격 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단 지적도 있다. 고 원장은 “특별공급의 경우 요건이 너무 복잡하다보니 부적격자로 당첨취소 사례가 많이 나온다. 행정력 낭비”라며 “사후에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다면 사전에 조건을 등록했을 때 적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약제도를 운용하는데 있어 무주택자 개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단 조언도 제기된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청약의 경우 15년 이상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면서 20억원 이상 현금 지불능력을 가진 사람이 당첨되고 있다. 이들을 청약제도 상 주택 공급을 지원할 무주택자라 보기엔 거리가 있단 비판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해 공급하는 주택은 주거 빈곤이란 정의를 좀 더 정확하게 가져가야 한다. 20억~30억원짜리 아파트를 점수제로 하는 것은 투기꾼을 양성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는 굉장히 한정된 계층에 공급하도록 엄격히 기준을 설정하고, 20~30억원 짜리 아파트는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고가아파트의 경우 로또분양을 만드는 것 보단 제값을 받는 대신 이익환수를 하는 쪽으로 가져가야 한단 것이다. 

조 교수는 “정부는 시장에서 밀려나는 계층, 조금만 도와주면 주거 문제가 안정화되는 계층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이 공급을 할 수 있도록 간접규제나 지원을 하되, 꼭 담당해야 할 계층은 가격 통제 등 집중적으로 관리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두 대표는 “투기, 투자, 실수요까지 복합돼있는 서울이나 인근 주택시장은 가점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주요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젊은세대들에게 좀 더 기회를 줘야 한다”며 “가점제 비중을 조금 줄이되 가점을 아주 오랫동안 쌓으며 고생한 무주택 서민은 특별공급 제도를 정비해 우선적 선택권, 혜택을 줄 수 있는 쪽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