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中 독주에 韓 속수무책···LFP 배터리 생산 전환 관건
글로벌 ESS 시장 규모 올해 400억달러→2035년 800억달러로 성장 ESS 출하량 상위 10곳 중 8곳이 중국···LG·삼성은 점유율↓ 韓 배터리사,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ESS로 일부 전환해 수요 대응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한 돌파구로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단, 글로벌 ESS 시장의 현재 패권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국내 기업은 점유율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한 LFP(리튬·철·인산) 배터리가, 관련 시장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기업들도 해당 제품의 생산 속도 및 규모를 빠르게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10일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SS 시장규모는 400억달러(약 53조7000억원)다. 전년 대비 27% 늘어난 수준이다. 2035년에는 800억달러(약 107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SS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신규 설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시장 급성장의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현지 ESS 신규 설치 규모는 4.2GW(기가와트)였는데, 하반기에는 3배가 넘는 15GW 설치가 이뤄진다.
유럽 ESS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3.7GW에서 2030년 76.6GW로 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ESS 시장의 빠른 성장에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점유율은 중국에 밀려 속수무책인 모양새다. 전세계 ESS 출하량 기준 지난해 상위 10개 기업 중 8곳은 중국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84%에서 지난해 86%로 2%포인트 늘었다. 반면 상위 10개 기업 중 나머지 2곳인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 등의 점유율은 14%에서 9%로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력 제품은 삼원계(NCM·NCA) 배터리가 쓰인 ESS였다”며 “그러나 중국이 정부 정책에 힘입어 LFP를 육성하면서 ESS 분야에서 널리 쓰이며 관련 시장의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도 하루 빨리 LFP 양산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LFP 배터리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30~40%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ESS는 물론 전기차 역시 점차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도 LFP 배터리가 글로벌 흐름으로 자리 잡은 만큼 관련 생산라인 마련을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이 캐즘으로 수요가 낮아지자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 라인으로 일부 전환했다.
아울러 LFP 배터리가 적용된 주택용 및 발전소용 ESS를 개발해 미국 등에 판매 중이다. 현지에 ESS 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설립한 것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ESS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LFP 배터리가 활용된 ESS를 제조할 예정이다. 2~3년의 연구기간이 투입돼, 더욱 높은 에너지 밀도와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제품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SK온 역시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로 일부 전환하는 동시에, 차량 충전 사업용 및 선박용 ESS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