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대 P-CAB 제제 시장서 ‘케이캡·펙수클루·자큐보’ 3파전 임박

제일약품·동아ST 자큐보 공동판매, 소화기 영업 경험···약가작업 진행, 이르면 11월 출시 HK이노엔·보령, 상반기 케이캡 918억 처방···대웅제약·종근당, 상반기 펙수클루 352억 집계 P-CAB 제제 비중 확대 전망···공동판매 제약사간 호흡 중시, 제일약품 시장 안착 여부 관심 

2024-09-06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연간 2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 기존 ‘케이캡’과 ‘펙수클루’에 이어 ‘자큐보’가 합류할 전망이다.

특히 3개 품목은 상위권 제약사 6곳의 공동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자존심을 건 경쟁이 전망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국산신약 37호인 P-CAB 제제 자큐보를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공동판매키로 했다. 제일과 동아가 파트너십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제약사는 국내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자큐보 영업 및 마케팅을 공동 진행한다. 제일약품은 영업사원 출입 대상을 구분하지 않고 활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모티리톤’과 ‘가스터’, ‘스티렌’ 등 소화기 품목을 보유한 동아에스티는 신약 론칭 및 발매와 관련된 경험이 풍부하다. 제일약품도 소화기 질환 분야에서 영업과 마케팅 노하우를 갖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자큐보는 기존 PPI(프로톤펌프저해제) 제제 단점으로 지적됐던 느린 약효 발현과 짧은 반감기, 식이 영향, 약물 상호작용 문제 등을 개선했다. PPI 제제는 최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4~5일이 소요되는 반면, 자큐보는 복용 즉시 효과를 발휘하며 긴 반감기로 인한 야간 속쓰림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것이 특징이다.

자큐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하순 개최한 2024년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에 대해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 적정성이 있다는 조건부 급여 판정을 받았다. 현재 제일약품은 심평원이 제시한 조건 수용 여부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수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공교롭게 2년여 전 대웅제약이 약평위에서 펙수클루 조건부급여 판정을 받고 이를 수용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단기간에 타결시킨 상황과 유사하다”며 “제일약품도 서두르면 11월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이 제시한 평가금액은 ‘케이캡+펙수클루+PPI 제제’ 가중평균가로 분석된다. 이에 향후 건보공단과 협상을 거쳐 확정될 자큐보 약가는 펙수클루 가격인 939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P-CAB 제제는 PPI 제제와 달리 위산에 의해 활성화될 필요가 없다. 직접 칼륨 이온과 결합함으로써 프로톤펌프와 칼륨 이온 결합을 방해해 위산이 분비되는 것을 차단한다. 식사 여부와 무관하게 복용 가능하다. 약효 지속시간이 길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P-CAB 제제의 국내 시초는 2019년 3월 HK이노엔이 출시한 케이캡이다. 지난해 1582억원 원외처방금액을 기록한 케이캡은 올 상반기엔 918억원을 기록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HK이노엔은 케이캡 출시 이후 종근당과 협업했지만 지난해 말 새로운 파트너사로 보령을 선택했다. 종근당에 적지 않은 수수료 지급이 부담됐던 HK이노엔은 보령과 손을 잡고 올해 2000억원 처방액 달성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시장에서 HK이노엔과 보령의 공동판매가 예상보다 효과를 보이는 상황은 케이캡 처방액으로 증명된다”며 “미국 등 해외 45개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계약이 체결됐고 8개 국가에 수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캡에 이어 P-CAB 제제 시장에 등장한 신약은 대웅제약 펙수클루다. 이 제품은 ▲빠른 약효 발현 ▲신속하고 우수한 증상 개선 ▲우수한 야간 증상 개선 ▲복용 편의성 ▲낮은 약물 상호작용 및 약효의 일관성 등을 확보했다. 이같은 장점을 보유한 펙수클루는 2022년 7월 출시 후 129억원 처방액에서 지난해 535억원으로 성장했다. 올 상반기 처방액은 352억원을 기록했다. 펙수클루를 단독 판매했던 대웅제약은 올 4월 종근당과 손 잡고 공동판매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연간 2000억원대 처방액을 구축한 국내 P-CAB 제제 시장에서 자큐보 가세는 영업력을 보유한 상위권 제약사 6곳 각축을 예상케 한다. 우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P-CAB 제제 비중 확대가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PPI 제제와 P-CAB 제제 처방액은 총 9127억원에 달한다. 이 중 P-CAB 제제 비중은 23.8%(2176억원)다. P-CAB 제제의 시장 점유율은 케이캡 출시 첫해인 2019년 상반기 4.0%에서 올 상반기 27.1%로 증가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PPI 제제 단점을 개선한 P-CAB 제제는 장점도 적지 않다”며 “영업력이 우수한 6개 제약사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PPI 제제에서 P-CAB 제제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판매하는 두 제약사 간 호흡과 케미도 신약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공동판매 업체들끼리 빈번하게 회의를 갖고 효율적 영업전략을 논의하고 있다”며 “대웅제약이 영업 파트너로 종근당을 선택한 것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6개 상위권 제약사가 진행하는 P-CAB 제제 경쟁이 시장 확대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신약개발에 공을 들였던 제일약품이 이른 시간 내 시장에 안착할지도 관심사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