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사업 전략 공개
SK바이오팜 RPT(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 로드맵 발표 30일 RPT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사업 목표·계획 공개 이달 美 테라파워와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 계약 체결 이동훈 사장 "2027년 글로벌 방사성 의약품 리더 목표"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SK바이오팜이 치료용 방사성의약품(RPT)을 차세대 연구개발(R&D) 먹거리로 낙점하면서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RPT 후보물질을 도입하며 연구를 고도화하고 있다. 추가 RPT 파이프라인 개발 계획도 공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RPT 분야 신약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RPT 사업 현황 및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RPT 분야 파이프라인과 자체 R&D(연구·개발) 플랫폼, 제조 및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간 SK바이오팜은 미국에 출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성공 신화를 이어갈 차세대 신약 확보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지난해 7월 새로운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하며 3대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로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 방사성의약품(RPT), 세포치료제(CGT)를 제시했다. 이 중 TPD의 경우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구 프로테오반트)를 인수해 연구 역량을 확보했다. CGT는 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중장기 검토 중이다.
RPT 분야는 약 1년간 시장 조사 기간을 거쳐 올해 외부에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하며 본격적인 개발 계획을 알렸다. 엑스코프리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RPT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안정적인 제조·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유망 후보물질을 추가로 도입하고 안정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망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7월 SK바이오팜은 홍콩 바이오텍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뉴로텐신 수용체1(NTSR1)을 타깃하는 방사성의약품(RPT) 후보물질 ‘FL-091(SK바이오팜 개발명 SKL35501)’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L35501은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유형의 고형암을 치료할 수 있는 저분자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로 알려졌다.
SKL35501를 도입해 기존 중추신경계를 넘어 RPT 및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기법)을 통해 항암제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RPT는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결합한 후 미량을 체내에 투여하는 항암 치료 신기술이다. 정상 세포도 손상시키는 일반적인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 손상력은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약물 구성이 유사하지만 이상 반응이 낮아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대두된다.
SK바이오팜이 RPT 분야 기술력 강화에 주력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에서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경쟁사가 많지 않다. 다만 성장성이 높은 유망 R&D 분야로 꼽혀 선두주자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선제 투자를 통해 RPT 시장을 선점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그동안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로 발생한 매출을 새로운 신약 개발에 투자한다고 밝혀왔다”며 “RPT는 경쟁사가 많지 않고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리 RPT 바이오텍들이 제약바이오시장에서 높은 주목과 가치를 조명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RPT 신약 연구 관련 다수의 내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유일의 글로벌 수준 방사선의학 전문 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KIRAMS)과 MOU를 체결하고 다양한 연구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한국에서 SKL35501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5년 말 이후 임상 1상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밖에도 SKL35501를 이을 경쟁력 있고 우수한 추가 외부 후보물질의 도입도 추진한다. 최소 2개 이상의 물질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발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지속적인 신규 RPT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신약개발 역량 내재화 및 플랫폼 구축이 예정돼 있다”며 “다수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새로운 모달리티 RPT 후보물질 확보를 위해 공동 연구개발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에는 공급난 심한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확보했다. 미국 테라파워 자회사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TPI)로부터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Ac-225(악티늄-225)’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Ac-225는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다. 전립선암, 대장암, 췌장암 등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에 사용된다. SK바이오팜은 해당 공급계약과 연구개발 계획에 맞춰 오는 10월 중 Ac-225 초도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매력적인 시장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그룹의 지원과 함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글로벌 RPT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 중 하나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