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제약, 안구건조증 신약물질 적응증 변경 추진···업계 “염증성질환 가능”

유유제약, 작년 임상 중단 ‘YP-P10’ 적응증 검토···“미국 임상에서 염증 감소 확인했다” 업계 “신약물질이 염증 억제 기전이면 염증성 질환에 효과”···건선, 아토피피부염 예시 신약물질의 적응증 변경 이론적 가능, 실제 난제 다수···유유 임상 유보는 영업익 증가에 영향

2024-08-27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유유제약이 임상을 중단한 신약후보물질의 다각적 활용을 검토 중이다. 과거 임상시험을 진행한 적응증과 신체부위를 변경하는 시도여서 향후 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지난해 6월까지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활용했던 신약후보물질 ‘YP-P10’ 적응증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시 유유제약이 미국에서 진행한 YP-P10 임상 1/2상은 투약 종료가 예정된 12주차에 접어들수록 1차 평가 지표 TCSS(총각막염색지수)와 ODS(안구불편감)가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지만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유유제약은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처럼 유유제약은 특정 질환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지만 신약후보물질 YP-P10에 대한 기대는 유지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YP-P10 R&D(연구개발)를 지속하되 다른 적응증으로 눈이 아닌 신체부위 질환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유유제약 관계자 A씨는 “YP-P10은 그동안 회사가 진행한 임상시험을 통해 인체 내에서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 부작용으로 나타났던 눈의 통증 및 작열감 등 사례가 미국에서 진행한 YP-P10 임상 1/2상에서는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유유제약이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상황에서 YP-P10 적응증을 변경하려는 의도는  염증 감소 효과를 신약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유제약은 이같은 YP-P10 작업을 개발본부가 아닌 사업개발본부에 맡겨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개발본부장은 인도 국적을 가진 Laxmikant Atmaram Gharat 상무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University of Arizona를 졸업한 그는 Glenmark Pharmaceutical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유유제약 사업개발본부는 기존 조직과 별도로 특정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별동대로 이해하면 되고 근무인력이 모두 외국인”이라며 “유유는 R&D에 있어 신약개발 자문단 등 외부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유유제약의 신약후보물질 적응증 변경 시도에 대해 업계는 신중한 모습이다. 특정 신약후보물질을 다른 적응증으로 바꾸는 방식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흔치 않은 사례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업체별 차이는 있지만 신약 파이프라인은 많기 때문에 기존 신약후보물질을 유사한 적응증으로 변경하는 시도는 있긴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유제약처럼 안구건조증 치료를 위한 신약후보물질 임상을 중단한 경우 해당 물질을 다른 적응증으로 전환해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물질의 작용 기전과 관련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통상 신약후보물질 작용 기전이 다른 질환과도 관련이 있을 경우 적응증 전환이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안구건조증은 염증 반응과 관련 있는데 만약 해당 신약후보물질이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면 이 물질은 염증성 질환, 예컨대 건선, 아토피성 피부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서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물질의 염증 억제 효과가 입증된다면 이같은 질환에 대한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Kala Pharmaceuticals’의 ‘Eysuvis’ 사례가 파악된다. 이 물질은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스테로이드 기반 항염증 효과를 활용, 아토피성 피부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에 적용될 가능성이 검토됐다​. 하지만 현재 Eysuvis가 실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로 임상 개발 중이라는 정보는 없다는 업계 전언이다. 즉 안구건조증 신약후보물질이 염증 억제 기전으로 작용한다면 눈이 아닌 다른 신체기관 염증성 질환에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 가능성에 기반한 논의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업계 지적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유유제약 경우와는 차이가 있지만 현재 세 번째 임상 3상에 도전하는 사례도 파악된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지난 5월 종양괴사인자 저해 기전의 자체 안구건조증 신약후보물질 ‘HL036’을 대상으로 세 번째 임상 3상을 개시한 것이다. 한올이 지난해 5월 공개한 두 번째 HL036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세 번째 도전한 것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유유제약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미국 임상에서 YP-P10 특성을 확인한 후 R&D를 지속하는 사례로 꼽힌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포함한 난이도 높은 신약개발은 한 두 번 시도로 달성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라며 “유유제약이 향후 어떤 적응증으로 변경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유유제약이 이처럼 본격 신약 임상시험을 유보한 것은 올 상반기 수익성 증가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유유제약의 상반기 연구개발비용 대비 매출액 비율은 3.5%로 집계됐다.  2022년 9.2%, 2023년 8.0%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이에 유유제약의 연결제무제표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30.7% 늘었다.

참고로 유유제약은 현재 ‘전립선 비대증’을 적응증으로 갖고 있는 개량신약 ‘YY-DUT’와  ‘YY-DUT-Tam’(복합제)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준비 중이다. 생동시험이 예정된 지역은 미국과 유럽이다. 결국 안구건조증 신약후보물질을 활용, 다른 적응증의 신약을 검토하는 유유제약 시도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업계 지적이다. 하지만 실제 개발 성공까지는 많은 난제가 예상돼 향후 유유제약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