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한화오션·‘신중론’ HD현대重···美 MRO 사업 두고 엇갈린 전략 눈길

한화오션, 연 20조원 시장 첫발 내딛나 미 해군 4만t급 보급선 창정비 프로젝트 입찰 HD현대중, 내년부터 MRO 사업 본격 검토 "국내 도크 내줄만큼 수익성 나지 않아"

2024-08-22     정용석 기자
미국 해군성 카를로스 델 토로(Carlos Del Toro)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은 지난 2월 27일 한화오션을 방문,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왼쪽에서 세번째)의 안내를 받아 함정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미 해군 MRO사업을 포함한 함정 사업 수행을 위한 시설과 준비사항 등을 점검하고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사진=한화오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수 지원함을 수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입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미군 함정 MRO(유지·보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자마자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연 19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미 함정 MRO 사업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빠르게 수주 이력을 쌓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4년치 일감이 밀린 국내 조선소 도크를 빼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당장은 상선을 건조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노후화된 4만톤(t)급 보급선 한 척을 수리하는 MRO 입찰에 참여했다. 7함대는 미 해군의 최대 함대다. 미 해군은 이르면 이달 말 수리 업체 선정 결과를 공개한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했다. 협약 체결로 향후 5년간 미국 해군이 규정한 함정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입찰 참여 자격을 획득하자마자 사업 신청서를 낸 것이다.

수주에 성공하면 미 함정 MRO 사업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만큼 한화오션에겐 의미가 크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을 비롯해 500여척의 함정을 보유해 MRO에만 연 평균 20조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현지 조선소 인력 부족으로 유지·보수를 받지 못한 함정의 수가 늘자 미 해군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 조선업계에도 기회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이 빠르게 수주 기회를 포착한 이유다. 

최근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을 두고 “미 해군 MRO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당장은 국내 옥포조선소에서 MRO 사업을 수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추후 수주 사업이 증가하면 필리조선소도 MRO 전초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7함대는 물론 본함대 함정 MRO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울산 HD현대중공업 도크 전경. / 사진=HD현대

이번 사업의 수주 금액은 수백억대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 3사가 주력으로 하는 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에 비해 수주 규모나 수익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유로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배를 건조할 도크도 꽉 차 있어 급하게 MRO 프로젝트에 참여하진 않겠단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이 보내는 사업은 주로 보급선 MRO”라며 “비용 대비 사업성이 상당히 낮다”고 했다. 동남아 조선소와의 경쟁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판단도 깔렸다. 

다만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MRO 사업 참여 검토에 나선다. 고부가 선박을 밀어내고 도크를 점유할 만큼 MRO 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되는지가 입찰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HD현대중공업이 미국 조선소보다는 인건비 등이 저렴한 해외 조선소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 사례를 두고 “미국 시장은 기술력이 많이 떨어지고 조선소 운용의 효율성이 낙후돼 있으며 공급망이 붕괴됐다는 특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다. 미국 내 조선소를 통해선 MRO 사업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미 해군이 올 하반기 유류보급선 등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MRO 물량을 국내 조선소에 제안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도크 상황과 사업성 등이 맞아떨어지면 향후 미 해군 MRO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MRSA 취득 초기인만큼 전투함에 대한 MRO 수주는 어려우나 수송함 등 비전투함 위주의 MRO 물량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