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3년새 상반기 연구개발비 39%↑···친환경·AI 기술 고도화 가속도

조선 3사 상반기 R&D 비용, 2021년 790억→올해 1099억원 LNG·암모니아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 및 연구개발

2024-08-16     유호승 기자
현대중공업의 LNG 운반선. / 사진=현대중공업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최근 3년새 39% 증가했다.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 친환경 및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조선 3사의 상반기 기준 연구개발비는 ▲2021년 790억원 ▲2022년 963억원 ▲2023년 1114억원 ▲2024년 1099억원이다. 올해와 3년 전인 2021년을 비교하면 39.1% 증가한 셈이다.

연구개발비 비중·증가 폭이 가장 크게 늘어난 조선사는 현대중공업이다. 2019년 상반기 26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49억원으로 71.4% 늘었다. 반면 한화오션은 같은 기간 288억원에서 290억원으로 0.7%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낮았다. 삼성중공업은 240억원에서 360억원으로 50.0% 많아졌다.

2019~2023년 상반기 연구개발비 총액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1496억원, 한화오션은 1275억원, 삼성중공업은 1195억원이다. 이 자금은 친환경 연료 추진선과 AI 분야 등에 쓰이고 있다.

중국 조선소는 탱커선을 중심으로 국내 업계와 경쟁 중이다. 탱커선은 우리 조선소의 주력 선박인 LNG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보다 판매 가격이 낮고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다. 현대중공업 등은 탱커선보다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높은 수익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탱커선 물량은 중국 측이 수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년치 일감이 가득한 상황에서 탱커선보다 고수익이 담보되는 물량 위주로 추가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중국 조선소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기술 고도화에 예전보다 큰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을 통해 탄소 배출을 관리하고 일정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고 있다. 전세계 5000톤(t) 이상의 선박을 대상으로 1년간의 운항정보를 바탕으로 A~E등급을 부여한다. 3년 연속 D등급이나 1년간 E등급을 받은 선박은 재검증을 받을 때까지 운항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조선업계는 ‘탄소 배출 제로 시대’에 한층 빠르게 진입해, LNG는 물론 암모니아와 전기(배터리) 등을 연료로 하는 선박 개발에 한창이다. 암모니아 추진선의 경우 탄소 배출이나 폭발 위험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단, 독성과 물체를 부식시키는 암모니아의 성질을 고려해 제작해야 한다는 까다로움이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연구개발을 통해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관련 물량을 수주 중이다.

스마트 조선소와 자율주행 선박 등을 위한 AI 분야에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조선소의 공정 자동화 및 효율화를 위해 대형 산업용 로봇을 곳곳에 배치해 용접 및 그라인딩 작업 등이 자동화되고 있다.

자율주행 선박 개발에는 현대중공업이 가장 앞선 상태다.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에 성공해, 빠른 상용화를 위해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자율운항은 증강현실(AR)을 활용해 AI가 경로를 안내하고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향후 상용화가 된다면 해운업계의 인력난 해소와 인적 과실로 인한 안전성 문제 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