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대신 개인사업자 대출서 활로 찾는 인뱅···건전성 관리는 숙제

케뱅·카뱅,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계획 밝혀 인터넷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1년 새 1.5조원 증가 경기침체 여파로 자영업자 상환 능력 약화···건전성 리스크 확대

2024-08-14     김희진 기자
인터넷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에 제동이 걸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눈을 놀리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 여파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어 건전성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상반기 실적 발표를 통해 개인사업자 대출 강화 계획을 내놨다.

케이뱅크는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으로 ‘사장님 보증서대출’과 ‘사장님 신용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개인사업자 전용 입출금통장인 ‘사장님통장’, 이달에는 인터넷은행 최초로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하며 소상공인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출 성장 계획을 밝혔다.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1억원 초과 신용대출 상품을 준비 중이며 신용대출 및 보증대출을 통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올해 최대 2조원까지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7일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기업대출 포트폴리오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 대출은 450조원에 달하는 큰 시장이기 때문에 신용대출 및 보증대출을 통해 연말 기준으로 대출잔액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존재감을 강화한다는 목적과 함께 1억원 이상 고액 고객의 관심을 카카오뱅크로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대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뱅크가 준비하고 있는 구체적인 개인사업자 대출은 ▲1억원 초과 신용대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담보 대출 등 크게 두 가지다.

토스뱅크는 지난 5일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고객이 신용보증기금 보증 대출 전 과정을 앱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지원(Easy-One) 보증대출’을 출시했다. 해당 대출은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해 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신청-서류제출-보증서 발급-대출약정 및 실행’에 이르는 대출 전 과정을 전면 토스뱅크 앱 내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토스뱅크가 운영 중인 ‘사장님 대환대출’은 누적 공급액 25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당 대출은 소상공인이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5%대의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개인사업자 대상 대환대출 상품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토스뱅크에서 취급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앞다퉈 개인사업자 대출 영업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주담대를 대신할 여신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걸며 주담대 대환대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확대 주범으로 인터넷은행을 지목하면서 주담대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인터넷은행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했고 그 일환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조89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3373억원) 대비 66.7%(1조5593억원) 늘어난 액수다.

다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전분기 말(0.48%)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2년 12월(0.64%) 이후 최고치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이용한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 탓에 부실 위험이 높은 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자(178만3000명)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57%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57.3%)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고 비율이다. 대출액 기준으로는 전체 자영업자 대출(752조8000만원) 중 71.3%가 다중채무자의 빚이었다.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오름세다. 올해 1분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은 1.62%로 전분기(1.24%)보다 0.38%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0.54%인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이 확연히 높은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졌고 경기 침체도 지속되고 있어 개인사업자 대출의 건전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