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에 흔들리는 카카오엔터, 글로벌 조직도 축소

순손실 2년새 2조원에 육박 글로벌 사업 확대 급한데 동력 상실 우려

2024-08-13     김용수 기자
장윤중(사진 왼쪽), 권기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 사진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전략이 흔들린다. 글로벌콘텐츠팀 인력은 절반으로 줄었다. 글로벌콘텐츠팀은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웹툰’,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 중국 웹툰 플랫폼 ‘포도만화’ 등 플랫폼의 콘텐츠 소싱 업무를 담당해왔다.

13일 IT 및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콘텐츠 공급 업무 담당 조직이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구속으로 이어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며 '매각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글로벌 콘텐츠 공급 담당 인력까지 이탈하게 된 것이다. 핵심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주요 인력 이탈까지 겹치며 회사의 글로벌 사업에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와 동남아 시장에서 ‘카카오웹툰’을, 북미 시장에서 타파스, 중국 시장에선 포도만화 등 플랫폼을 서비스 중이다. 또 다른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시장에서 플랫폼 ‘픽코마’를 서비스 중이다.

이 중 픽코마를 제외한 플랫폼에 대한 콘텐츠 소싱 업무를 A씨가 이끄는 글로벌콘텐츠팀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이는 지난해 단행된 조직개편에 따른 것이다. 해당 업무는 당초 약 10명의 실무진이 담당해왔는데, 조직개편 후 4명으로 반토막 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같은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은 적자 경영 상황에서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해 왔지만, 2022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38억143만원, 순손실 6297억9456만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거둔 탓에 성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7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엔 1조2200억원 규모의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2년새 2조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낸 셈이다.

앞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총 1조1000억원가량을 투자해 타파스와 래디쉬를 인수하고, 타파스로 일원화한 뒤 북미 시장 공략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 중이다. 이와 관련 이진수 전 대표체제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025년까지 북미 거래액 5000억원 달성, 전체 글로벌 거래액은 2021년 대비 3배 성장이란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손실 확대 속 글로벌 사업 담당 인력까지 이탈하게 되면서 회사의 글로벌 사업에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성 도모가 중요한 시점에서 인력 이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 이탈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달말 구속기소됐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을 비롯한 이준호 카카오엔터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문장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핵심 경영진에 대한 사법리스크도 이어졌다.

검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 부문장이 시세 차익을 공모했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매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이같은 매각설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SM 시세조종 사건의 핵심 계열사인 만큼 사법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매각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실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 본사뿐만 아니라 그룹 내 모든 계열사가 사업의 핵심과 본질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중”이라며 “카카오톡 플랫폼, AI와 사업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비핵심사업으로 정의하고, 하반기 중 해당 사업의 효율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주요 계열사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