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부품사 실적 엇갈려
현대모비스·한온시스템 감소, HL만도·한국타이어 증가 전동화 비중 클수록 실적 악화···하이브리드차 공략 강화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주요 완성차 부품 업체의 지난 2분기 실적 추이가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둔화 속에 엇갈렸다.
9일 부품사 4곳의 지난 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실적과 비교한 결과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이 감소한 반면 HL만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증가했다.
현대모비스 6361억원, 한온시스템 71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각각 4.2%, 50.1% 감소했다. 이에 비해 HL만도 896억원, 한국타이어 4200억원으로 16.4%, 69.2%씩 증가했다.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감소는 전동화 부문 실적 부진에 영향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사업에서 전기차용 제품으로 전력변환 시스템, 구동 시스템, 배터리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두 가지 사업 부문 중 주력인 ‘모듈 및 핵심 부품’에 속한 전동화 사업에서 지난 분기 1조72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7436억원에 비해 53.9%나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전기차(BEV) 생산 물량이 전년동기 대비 34.0%나 감소해 현대모비스의 부품 공급 수익이 줄었다. 이로 인해 시설 운영비, 물류비 등 고정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리콜 등 품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품질비용(400억원)도 발생해 적자를 키웠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사업 부진에 영향받아 모듈 및 핵심 부품 사업에서 영업손실 124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완성차 고객사들의 생산 감소, 전기차 캐즘 등 친환경차 시장 정체 기조에 처해 실적에 영향받았다”고 해석했다.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을 주력 사업으로 전개하는 한온시스템도 부진했다. 지난 분기 역대 분기 최고 매출액(2조559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생산 물량 감소, 공급망 비용 인상 압박을 영업이익 감소 요인으로 지목했다.
전동화 사업 매출 비중이 24%로 작년 연간 비중(26%)과 동등하지만 물류비, 부품 매입비 등 원자재 매입 비용 지출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호적인 환율 기조로 수출 실적을 확대한 덕분에 이익 감소분을 일부 상쇄했다.
HL만도와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시장 업황에 덜 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덕분에 같은 기간 실적을 개선했다. HL만도는 차종와 무관한 조향, 서스펜션 등 기본 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분기 고부가 제품 수요가 큰 한국, 미국 등에서 매출을 늘리고 부품 공급망이 안정화한 덕분에 마진을 늘렸다.
한국타이어도 차종별 타이어를 글로벌 고객사 수요에 맞춰 공급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분기 고부가 제품인 18인치 이상 고(高)인치 타이어의 판매 비중을 46.3%로 전 분기 대비 2.8%p 높였다. 동시에 원재료비, 물류비 등 지출이 전년 대비 줄어들어 매출원가율이 7.5%p 하락했다.
◇ “하이브리드차 제품 공급 확대로 실적 개선할 것”
현대모비스와 한온시스템은 하반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비용 절감 방안을 단행해 실적을 개선할 계획이다. 양사는 최근 인기 있는 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되는 제품을 적극 공급해 전기차 제품 실적을 만회한단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외부 충전없이 자가 발전을 통해 구동력 강화, 배터리 충전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포테인먼트, 제동, 조향 등 분야별 제품을 생산한다. 현대모비스는 시장 수요에 맞춰 공급계약 수주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전기차 물량 감소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장 등 고부가가치 부품 제조 분야 매출은 성장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차 부품 공급을 늘리는 등 친환경차 부품 믹스,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온시스템도 하이브리드차, 순수 내연기관차용 열관리 시스템, 공조 시스템의 공급 성과를 늘려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온시스템은 전 세계 전기차 생산물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고객사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어 연간 실적 개선을 예상한다.
나가수브라모니 라마찬드란 한온시스템 공동대표는 “모든 차종에 대응 가능한 열관리 솔루션 기술력으로 하반기에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