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폭락은 없었다’···역대 최대 증시 하락폭에 투자자 ‘패닉’

코스피 -8.77%, 코스닥 -11.3% 마감···서킷브레이커 발동도 무용지물 미국 경기침체 우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엔 캐리 트레이드 축소 등 영향

2024-08-05     송준영 기자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로 마감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이른바 ‘역대급’으로 폭락했다. 코스피는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코스닥 지수도 11% 넘게 급락했다. 시장 보호 장치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음에도 급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대두, ‘엔 캐리 트레이드’ 축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77%(234.64포인트) 하락한 2441.1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보인 낙폭은 종가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장중 기준으로도 최대 낙폭을 기록했는데, 이날 코스피는 장중 289.23포인트(10.81%) 하락했다. 종전 장중 최대 낙폭은 2011년 8월 9일 기록한 184.77포인트다.

하락률 기록도 세워졌다. 코스피가 이번에 기록한 8.77%의 하락률은 종가 기준 역대 다섯 번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으로 8.39% 급락한 2020년 3월 19일을 넘어서는 수치다. 역대 최대 하락률은 2001년 9월 12일 기록한 -12.02%다. 

코스닥 지수도 큰 폭의 낙폭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30% 내린 691.28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7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시장 보호장치가 발동됐음에도 급락을 막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 00분 20초쯤 코스피200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코스닥 시장에도 매도 사이드카가 내려졌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2020년 3월 23일 이후 처음이며 코스닥 시장의 사이드카는 지난해 11월 6일 이후 처음이다.

사이드카뿐만 아니라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코스닥은 이날 오후 1시 56분부터, 코스피는 이날 오후 2시 14분부터 20분간 매매가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내려졌다. 서킷브레이커는 직전 매매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국내 증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코로나19 펜데믹 당시인 지난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의 급락은 외국인 영향이 컸다. 외국인은 이날에만 1조528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순매도 금액이다. 기관도 42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가 1조70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미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각각 5472억원, 11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는 678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전자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이날 10.3% 급락한 7만14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가 10% 넘게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급락했던 2008년 10월 24일 -13.76% 하락 이후 처음이다. 이밖에 SK하이닉스가 9.53%, 현대차가 8.4% 내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시총 1위인 에코프로비엠이 11.3%, 2위인 알테오젠이 11.36%, 3위인 에코프로가 11.07% 하락했다. 시가총액 5위인 삼천당제약은 14.99% 하락해 시가총액 10위 중에선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지수 급락은 다양한 악재들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투심을 얼어붙게 했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결과가 부진했던데 이어 실업률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견조한 경기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대세에 금이 간 것이다.

이로 인해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며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지난 2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1% 내린 3만9737.26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1.84% 떨어진 5346.56을, 나스닥 지수는 2.43% 빠진 1만6776.16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수 하락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란이 자국의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1인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자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 공격을 예고한 것이다. 이로 인해 중동 전쟁이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 축소도 지수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반대로 일본은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 축소로 나타났고 주요국 증시에 수급이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해외 주요 증시에서도 급락세가 나왔다. 일본의 니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4% 급락한 31458.42를 나타냈다. 일본 역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음에도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8.35%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