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잡혀가는 맥쿼리인프라 유상증자···최대 4000억원 추진되나
총 투자금액 9180억원···4950억은 4.95% 선순위 대출로 충당 브릿지론 1200억과 후순위대출 2800억은 유상증자로 차환 유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맥쿼리인프라가 하남 데이터센터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추진될 유상증자의 윤곽이 서서히 잡히고 있다.
맥쿼리인프라 유상증자 규모는 최대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존 주주들에게는 지난해 유상증자처럼 13~14주당 신주인수권 1주씩 주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맥쿼리인프라 데이터센터 인수구조는?
1일 맥쿼리인프라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시 데이터센터를 인수하는데 인수대금 7340억원과 잔여 공사 등 부대비용을 합해 총 918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맥쿼리인프라는 하남 데이터센터 인수를 위해 3030억원을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 그린디지털인프라를 설립한다. 그린디지털인프라는 선순위대출 4950억원과 브릿지론 1200억원을 받아 9180억원을 채울 예정이다. 맥쿼리인프라가 그린디지털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는 3030억원은 자체자금 230억원과 후순위대출 2800억원으로 구성된다.
그린디지털인프라가 받는 선순위 대출 4950억원은 트렌치A와 트렌치B로 구성되며 트렌치A는 연이율 4.95%에 4년 만기 4000억원, 트렌치B는 AAA 무보증 금융채 1년물 금리에 1.25%의 가산금리를 더한 연이율로 4년 만기 950억원이다.
브릿지론 1200억원은 연이율 4.7%에 6개월 만기로 짜여졌다. 후순위대출 2800억원은 연이율 8.5%에 4년 만기 대출이다. 맥쿼리인프라는 브릿지론 1200억원을 펀드자금으로 상환하고 이를 후순위 대출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그린디지털인프라의 최종 후순위 대출 금액은 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맥쿼리인프라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투법)’에 따라 설립된 인프라 펀드로 2002년 설립 이후 도로, 항만, 철도 등에 투자해왔다. 최근에는 도시가스 등 항구적 사업이 가능한 에너지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맥쿼리인프라가 데이터센터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투자가 종결되면 전체 맥쿼리인프라 투자자산 개수는 19개에서 20개로 늘어나며 금액 기준으로는 2조6859억원에서 2조9889억원으로 불어난다. 하남 데이터센터 투자분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일 것으로 분석된다.
◇ 윤곽 잡히는 유상증자···최대 4000억 유력
맥쿼리인프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향후 유상증자가 어느 정도 규모로 추진되느냐다.
일단 맥쿼리인프라가 하남데이터센터를 인수하면서 끌어들인 선순위대출 4950억원은 유상증자로 갚는 빚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4.95%의 선순위 대출 금리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에서 저리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맥쿼리인프라가 유상증자로 상환할 부채는 브릿지론 1200억원을 포함하고 최대로는 전체 후순위대출 금액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최소 12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인 셈이다. 이경자 연구원은 “아직 상세한 자금 조달 방안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후순위대출은 향후 자본조달로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기반해 설립됐기에 대출(LTV) 비중이 30%로 제한되어 있다. 맥쿼리인프라의 올해 상반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21.6%이고 가중평균 만기는 6.7년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4114억원이다.
앞서 맥쿼리인프라는 지난 2017년 1472억원, 2020년 2477억원, 2021년 3934억원, 2023년 3610억원 등 네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자본시장법상 투자회사로 분류돼 일반기업과 달리 유상증자 청약 한도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맥쿼리인프라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 유상증자마다 기존 구주주들이 최대 100% 초과청약이 가능하도록 했고 지금까지 4번의 유상증자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맥쿼리인프라는 총 발행주식수의 7.64%인 3093만5808주를 주당 1만1670원에 신주 발행했다. 기존주주들에게는 14주당 1주의 신주인수권이 부여됐다.
향후 유상증자로 4000억원을 조달하려면 지난해보다 약간 많은 약 3300만주 정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총 발행주식수 4억3578만1355주의 7.8% 수준이다. 이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발행되는 신주인수권은 13주당 1주가 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자 연구원은 “만약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그간 맥쿼리인프라의 운용패턴을 고려하면 발행주식 수는 총발행주식 수의 5~10% 내외로 조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