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높이려면 미국·유럽 늘려야”···대한항공, 합병 앞두고 중대형기 확대
대한항공, 보잉사 50대·에어버스 33대 등 차세대 기종 구매 계약 운항거리 1만5000㎞대로 미주까지 직항 가능 아시아나 합병 과정서 경쟁력 악화 우려에 장거리 노선 확대해 수익 개선 친환경 시대 맞아 탄소 배출 줄인 차세대기 기단 확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이 최근 보잉사, 에어버스사와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진행한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추후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여러 운수권과 공항 슬롯을 타 항공사에 이전하며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장거리 노선을 늘리면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보잉사와 B777-9 20대, B787-10 30대(옵션 10대 포함) 도입을 위한 구매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와도 A350-1000 27대, A350-900 6대 등 33대의 차세대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137억달러(약 18조9500억원) 규모다.
이들 기종의 경우 운항거리가 1만5000㎞에 달해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유럽이나 미국 전 지역 직항 운항이 가능하다.
이번 신규 기재 도입을 통해 대한항공은 추후 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하면서 다른 외항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대형기 위주로 도입을 한 것은 그만큼 장거리 노선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대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주요 운수권 및 슬롯을 이전한 가운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 노선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동남아시아, 중국 등의 경우 거리가 짧은 것은 물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수익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유럽, 미주 지역의 경우 최근 LCC들이 일부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여전히 고수익을 보장하는 곳인 만큼 해당 지역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여객 기준 미주 노선 매출 비중은 35%에 달했으며, 유럽은 13%를 기록했다. 이는 여행객이 월등히 많은 일본(10%), 동남아(25%)보다 매출이 높았던 셈이다. 특히 단순 매출 뿐 아니라 이익률 측면에서도 미주와 유럽 노선의 경우 상용 수요도 많기 때문에 단거리 노선 대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최근 B787-10 1호기를 캐나다 밴쿠버 노선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밴쿠버 노선을 7회에서 10회로 증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토론토 노선도 확대했다.
캐나다는 기존에도 해외 유학 등으로 인기가 많은 노선인데, 최근에는 오로라 명소로 꼽히면서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대한항공이 국적 항공사 중 유일하게 취항하고 있어 경쟁이 적은 만큼 수익성이 높아 앞으로 확대가 기대되는 노선 중 하나다.
대한항공이 이번에 도입한 항공기들의 경우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효율이 높아 더 많은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보잉 B777-9는 400~420석이며 B787-10은 787-9 대비 15%이상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 에어버스 A350-1000은 350~400석, A350-900은 300~350석으로 알려졌다.
특히 드림라이너라고 불리는 787-10의 경우 최초로 프레스티지 클래스 스위트 2.0을 도입한다. 승객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독립공간으로 이뤄졌으며, 좌석 등받이를 180도 눕혀 침대처럼 활용할 수 있다. 좌석 시트 길이는 기존보다 길어진 78인치(약 198㎝)이며 좌석 간 간격은 46인치, 좌석 너비는 21인치다.
아울러 항공업계에서 탄소 중립 정책이 강화되면서 연료 효율을 높인 항공기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B787-10는 기존 항공기 동체를 만들 때 사용하던 알루미늄 합금 대신 탄소복합소재를 적용해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였다. 그 결과 기존보다 좌석당 연료 소모율이 20% 이상 개선됐고 탄소 배출량 또한 20% 이상 감소했다. A350-1000의 경우 동체의 50% 이상을 탄소복합소재로 구성해 기존 항공기 보다 연료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25% 줄였다.
또한 신규 기단 도입으로 대한항공 평균 기령(항공기 나이)도 더 낮아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항공기 등록 현황에 따르면 대한항공 전체 항공기 평균 기령은 11.4년으로, 항공기 등록 대수 기준 상위 5개 국적항공사 중 가장 최신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연료 효율이 높은 A350, B777-9, B787-9·10, A321neo 등을 도입해 기단 현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며,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감축 위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