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버는 사업”···HD현대重, ‘美 해군 MRO’ 두고 한화오션과 입장차 뚜렷
HD현대重 "美 조선소 인수 시기상조···기술력·운용 효율성 떨어져" 한화오션 "美 필리조선소 수익성 충분···한화 기술력 도입 통해 경쟁력 강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오션은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약 1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한화오션 측은 “필리조선소가 보유한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도크(선박 건조 시설)는 향후 한화오션이 미국 함정의 유지·보수(MRO)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지 조선소 인수에 따른 MRO 사업 수행력’과 관련해 한화오션 측과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미국 조선소는 운용 효율성이 낙후돼 있어 사업성이 낮다는 게 HD현대중공업 측 설명이다. 게다가 미국이 맡기는 함정 MRO 사업도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결국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생산능력과 사업성을 고려해 올해는 미국 함정 MRO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5일 열린 HD현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미국이 보내는 사업은 주로 보급선 MRO인데 비용 대비 사업성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이사는 “동남아 조선소와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의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어 제한적이다”면서 “올해 당장 MRO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내년부터 국내외 여건과 캐파, 사업성 등을 고려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합병(M&A)도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다. 최 이사는 “미국 시장은 기술력이 많이 떨어지고 조선소 운용의 효율성이 낙후돼 있으며 공급망이 붕괴했다는 특성이 있다”면서 “조선소를 인수하기보다 기술력과 효율성을 높이고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계속 추진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에 대해선 “필리조선소와 지난 4월 업무협약(MOU)을 맺은 내용을 보면 우리가 기술을 지원하고 기자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했다. 낮은 기술력과 기자재 공급망 부재 문제를 꼬집은 것.
반면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통한 미국 현지 사업은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도입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오션은 26일 진행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필리조선소의 생산능력을 실사한 결과 제법 현대화된 조립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한화오션의 용접, 자동화로봇 기술 등을 적극 이식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올해 미국 함정 MRO 사업 입찰을 포기했지만, 한화오션은 본격적인 사업 진출에 나선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최근 미 해군 MRO 프로젝트 중 하나에 입찰했으며 8월 중순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소보다는 인건비 등이 저렴한 해외 조선소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이 보내는 MRO는 국내 캐파가 안되면 해외에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리스크가 커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