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훈풍' 탄 HD현대일렉트릭·LS·효성···하반기도 '맑음'
데이터센터 건설 늘며 변압기 수요 껑충 HD현대일렉트릭 '어닝 서프라이즈' ···LS일렉·효성重, 수요 대응 증설 나서 하반기도 '장밋빛' 전망···"증설 경쟁에도 공급자 우위 시장 지속될 것"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력기기 시장의 폭발적 성장 속 HD현대일렉트릭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가운데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실적 발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 회사는 '변압기 시장 성장'에 힘입어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까지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7.1%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9169억원으로 같은 기간 42.7% 올랐다. 회사 측은 북미 지역의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중동 고압차단기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 개선 폭이 커지면서 영업이익률은 22.9%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AI산업이 개화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대폭 늘었고, 변압기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전력량은 2022년보다 2배 가량 증가한 1050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 소모가 불가피한 각종 전자장비와 서버로 이뤄진다. 변압기는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역할을 해 데이터센터 건립의 ‘필수재’다.
수요가 치솟고 공급은 제한되면서 변압기 가격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변압기 주문이 쏟아지면서 주문에서 납품까지 평균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돼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 게다가 강판, 전기동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극대화됐다고 한다.
글로벌 조사기관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내 변압기 가격은 지난 2020년 이후 평균 60~8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국내 변압기 업체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지난해 2억2250만달러(약3078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 SK증권은 LS일렉트릭이 올 2분기 영업이익이 93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8% 웃도는 규모다.
효성중공업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840억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됐지만, 단기적인 물류 차질 문제가 해결되면 실적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설명이다.
HD현대일렉트릭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크게 웃돈 실적을 내놓은 점을 고려하면 양사 실적도 컨센서스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S일렉트릭은 오는 25일, 효성중공업은 오는 26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국내 변압기 업체들의 호실적 행진은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부터 시작된 초고압 변압기 공급 부족 현상은 이제 유럽과 중동 지역으로 확대되는 중”이라며 “공급자 우위 시장은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경쟁업체들이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가파른 전력망 교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AI 산업 확장과 전기화 추세에 따라 전력기기 수요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고 했다.
양사는 당분간 ‘전력 슈퍼 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수요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섰다.
LS일렉트릭은 오는 2026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5000억원(매출 추정치 기준)까지 확대한다. 2026년까지 확보한 수주 물량을 소화하려면 증설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800억원을 들여 부산공장을 증설한다. 529억을 들여 인수한 국내 중소 변압기 업체 KOC전기의 공장 증설도 함께 진행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6월 변압기 생산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미국 멤피스 공장과 국내 창원공장에 각각 667억원, 333억원을 투자한다. 완공 일정은 멤피스 공장 2026년, 창원공장 2025년 6월로 계획했다.
양사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투자 규모도 대폭 확대한 모양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생산설비투자에 297억원을 썼다. 전년 동기 대비 77억원가량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까지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보였던 효성중공업도 변화에 나섰다. 회사는 생산설비에 지난해 322억원을 썼지만, 올해는 1분기에만 100억원을 투여하며 생산시설 확장에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