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뛰자···재초환·공공기여 완화론 ‘솔솔’

4월부터 아파트값 상승세···5년 이하 신축 강세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불안심리 반영 ‘공급 활성화 1순위’ 재초환 폐지 “주민 반발 키우는 기부채납도 조정해야”

2024-07-23     길해성 기자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공급 부족 우려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와 공공기여(기부채납)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사비 증가로 인한 사업성 저하로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두 제도가 추진 동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월 0.13% 오르며 상승 전환한 뒤, 5월 0.20%, 6월 0.56% 오르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아파트 연령별 매매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신축과 준신축이 강세다. 6월 서울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1.03% 올랐고, 5년 초과~10년 이하 준신축은 0.86% 상승했다. 반면 20년 초과 구축 아파트는 0.46% 오르는데 그쳤다.

상승폭을 키운 건 공급 부족에 대한 매수 대기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주택사업 인허가 물량은 전국 기준 12만 5974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1% 줄었고, 서울은 35.6% 감소한 1만 2000가구에 불과하다. 이런 속도라면 2~3년 뒤인 2026~2027년엔 준공 물량이 급감해 ‘공급 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주요 주택 공급통로인 재건축·재개발은 속도가 더딘 편이다. 올해 3월 기준 서울 정비사업 추진 구역 690곳 중 착공 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11곳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안전진단 완화 등 정비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재건축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어 왔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사업성을 맞추기 어렵다 보니 주민들은 사업 추진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도입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도 사업지 곳곳에서 주민 간 찬반 의견이 나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민 반대에 투기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정비사업 추진 단계에서 좌초되는 곳이 적지 않다”며 “대상지에 선정된 지역에서도 입안 재검토가 가능한 수준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재개발·재건축을 철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급등, 고금리 상황에 분담금 부담이 커지면서 신통기획, 모아타운 사업지 내에서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공급 확대를 위한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재초환 폐지를 꼽았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일정 금액 이상을 초과할 경우 초과액수의 최대 50%를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앞서 정부가 면제 구간을 상향하는 등 일부 완화했지만 조합원들은 부담금이 여전히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공사비가 늘어 시공사에 주는 추가 분담금이 크게 는 데다 거액의 재초환까지 부담해야 해 사업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전국적으로 68개 단지를 대상으로 가구당 평균 1억원 가량의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이어서 재건축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초환을 완화한다고 해서 부담금이 줄어들 뿐이지 부담금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며 “재초환 유보 또는 폐지 수준이 아니라면 강남 등 재건축 사업 단지들은 계속 사업을 미루려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초환 폐지를 추진 중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재초환 관련 질의에 “폐지하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재초환은 지금은 맞지 않는 옷이다”며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꼭 규제가 필요한 지역은 선별적으로 남겨 두는 게 보완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초환을 폐지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기부채납 관련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부채납이란 개발 사업자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일부 부지에 공공시설을 지어 국가나 지자체에 무상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조합이 지자체로부터 용적률·건폐율·층수 등 규제를 완화받아 아파트를 짓는다면 기부채납 규모가 커지기도 한다.

서울 정비사업 장 곳곳에선 기부채납 시설 설치를 두고 지자체와 조합 간 이견이 벌어지고 있다. 압구정3구역은 서울시로부터 한강 보행교를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합 측은 사업비로 2500억원, 조경 비용으로 600억원을 합해 310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주민들은 비용 문제는 물론 단지 인근 보행교를 오가는 유동인구 때문에 주거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서울시가 단지 내 일명 ‘노치원’(노인과 유치원의 합성어)이라고 불리는 데이케어센터를 건립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조합원들은 노인요양시설이 외부 개방 시설인 만큼 단지 내 외부인 출입이 잦아 꺼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시범은 서울시가 용적률 최대 400%에 65층 초고층 개발을 허용한다고 밝혔음에도 기부채납에 막혀 재건축 사업이 표류 중이다”며 “과도한 기부채납이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사업 추진 동력을 꺾을 수 있는 만큼 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기부채납이나 공공기여 등을 유예하거나 과감하게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