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공략나선 ‘메리츠·키움·하나’···관건은 내부통제 리스크
자기자본 요건 갖춘 증권사들 초대형IB 인가 목표 내세워 내부통제 이슈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평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7년째 초대형IB(투자은행) 지정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섯 번째 초대형IB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 하나증권이 유력한 후보들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초대형IB로 시선을 돌린 상태다. 내부통제를 비롯한 다양한 변수 속에 어떤 증권사가 초대형IB에 깃발을 먼저 꽂을지 주목된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전날 김종민 메리츠금융지주겸 메리츠화재 부사장을 메리츠증권 대표로 앉혔다. 기존 장원재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IB 전문가인 김 대표는 IB 분야를, 장 대표는 S&T와 리테일을 각각 맡아 경영한다.
메리츠증권이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각자 대표 체제에 나서면서 초대형IB 인가도 앞당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자기자본 요건인 4조원을 이미 충족한 메리츠증권은 초대형IB를 현실적인 목표로 세운 상태다. 지난 5월 1분기 실적 컨펀런스콜에서는 장 대표가 “초대형IB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초대형IB는 정부의 증권업 육성책 중 하나로, 지정 시 자기자본의 2배를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를 위해선 자기자본 요건뿐만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두루 충족해야 한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이 초대형IB로 지정됐다. 2017년 말 삼성증권을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초대형IB는 나오지 않고 있다.
초대형IB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증권사는 이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누가 먼저 초대형IB 인가를 받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부터 초대형IB 진출을 호시탐탐 노렸었다. 특히 지난 5월 말 밸류업 공시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초대형IB 진출 목표를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그동안 IB보다는 리테일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로 평가됐었다. 이에 IB 강화는 키움증권의 숙원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IB 부문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대형IB 지정은 이뤄야 할 핵심 과제로 분류된다.
이 밖에 하나증권도 초대형IB에 공을 들이고 있는 증권사다. 하나증권은 당초 지난해 초대형IB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하나자산운용의 자회사 편입이라는 선결 과제 탓에 올해로 미뤘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역시 초대형IB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지난해 취임사에서 ‘초대형IB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다만 초대형IB 인가가 깐깐하게 이뤄지는 데다 내부통제 이슈가 잊을 만 하면 나온다는 점에서 이들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이화전기 거래 정지 사태 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전 임직원의 사익추구 의혹이 나오며 내부통제 이슈가 연이어 불거진 상태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도 변수가 존재한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CFD(차액결제거래)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랩·신탁 채권 ‘돌려막기’를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징계를 통보받았고,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처음 초대형IB 제도 도입 시기와 달리 자기자본 요건을 갖춘 증권사들이 늘었고, 업황이 바닥을 친 상황 속에 자기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초대형IB 인가에 힘을 쓰는 증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자의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깐깐하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