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올해 50만대 생산 ‘청신호’···韓 양산 역량 본사에 어필할까
상반기 수출 25만대 돌파···50만대 달성, 완연한 경영정상화 지표 “캐즘 속 전기차 생산 배정은 오히려 毒”···“정부 투자유도 필요”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이 완연한 경영정상화의 지표로 추구해온 ‘자동차 50만대 생산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다만 국내 신차의 후속 개발, 양산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목표 달성을 넘어 추가 투자 효율,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2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1~5월 완성차 22만2176대를 생산했다.
전년 동기(16만7748대) 대비 32.4%나 증가한 규모다. 한국GM이 발표한 6월 수출 실적 4만6959대를 더하면 25만대를 가볍게 넘는다. 한국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차 2종을 비롯해 두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브랜드 뷰익(Buick) 동급 모델 앙코르 GX, 엔비스타를 생산해 이번 기록을 세웠다.
각 모델은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가격, 사양 구성, 디자인 등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중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글로벌 21만6833대 기록을 세우며 현대차, 기아 모델을 넘어 수출량 1위 차량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GM의 50만대 생산 목표 달성은 그간 군산공장 폐쇄까지 단행하며 추진해 온 경영 정상화의 지표로 꼽힌다. 한국GM은 순이익 창출을 통한 결손금 충당과, 이를 바탕으로 후속 사업의 타당성을 강조할 성과로서 50만대 목표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 2027년 소형 SUV 신규 양산 노사 합의 “본사가 韓에 권한 위임”
한국GM은 상반기 생산 실적을 비롯해 최근 다방면으로 사업 역량을 글로벌 본사에 입증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한국GM 노사가 이날 도출한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담긴 내용이 언급된다.
잠정합의안에는 현재 부평, 창원 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종의 제품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오는 2027년 양산 개시하는 계획이 담겼다.
추후양산할 구체적인 차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현재 두 공장에서 생산 중인 소형 SUV 4종을 북미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량해 출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충족을 위해 차량의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구동장치, 배출가스 시스템 등이 개선될 예정이다.
사측은 이 같은 업그레이드를 거친 차량이 단순히 규제를 충족할 뿐 아니라 수요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신차의 개발과 양산에 대한 권한이 한국GM에 위임됐음을 강조했다. 한국GM이 본사로부터 신차 개발, 생산 역량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의 중장기적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곡점에서 올해 임단협을 신속히 마무리해 한국 사업장의 미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PHEV 양산 무산됐지만···“캐즘 속 현 상황이 최선” 평가도
앞서 한국GM 공장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양산이 추진되다 무산된 바 있지만, 이는 한국GM의 개발·생산 역량과 무관한 사례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19일 GM을 비롯한 미국 기업 4곳이 11억6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국내 투자 계획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중 GM은 기존 소형 SUV 기반의 PHEV 모델 양산에 관한 투자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자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당초 북미의 탄소 규제(CAFE)와 친환경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 개발, 양산을 검토했지만 실익이 적은 것으로 판단돼서다.
현재 B-세그먼트를 비롯한 소형차의 PHEV 버전 수요가 적은 한편, GM 최신 터보 엔진을 장착한 소형 SUV 4종의 탄소 저감 성능이 높아 PHEV 모델 없이 북미 탄소(CAFE) 규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GM은 지난해 GM의 북미 판매실적 258만대 중 소형차 4종으로 17% 비중을 차지하며, 판매량으로 산출되는 탄소 배출총량을 저감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지난 상반기 우호적 환율과 상품 인기에 힘입어 수출 비즈니스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추세) 속에서 전동화 차량 생산 물량 배정보다 소형차 4종으로 규제에 대응하고 있는 현 상황이 한국GM 사업 관점에서 최선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 트럼프 당선 시 GM 투자계획 영향에 촉각···“韓 투자 매력 높여야”
한국GM이 신차 개발, 생산 역량을 입증하고 있지만 최근 북미 정세를 고려할 때 GM 본사의 한국 후속 투자를 추가로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자국 중심의 투자를 종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GM의 한국 등 글로벌 투자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GM의 전략적 결정 아래 군산공장이 폐쇄됐다. 부평, 창원공장의 존속을 위한 한국GM의 역량이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을 비롯한 외국인투자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민간 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18일 시행한 외국인투자 촉진법 시행령에 첨단 산업 전환을 위한 기존 설비 교체 시 현금 지원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과 북미 정국을 고려할 때, 한국GM이 이 같은 제도 혜택을 고려해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편 중국산 저가 차량 공세, 공급망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저비용 생산 구조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한국 투자를 유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국계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제도를 다각도로 살피고 다듬어나갈 묘안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남훈 KAMA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업이 적기에 생산 기반 구축, 투자를 시행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 제도의 지속과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