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무어’ 시대 본격화··“美·中·日 첨단 패키징 투자로 경쟁 어려워져”

김구성 교수 “이종 패키지 기반의 ‘시스템 무어’로 넘어가는 추세” “미국·중국·일본, 정부 의지 확고해···한국 산업 위기감 고조”

2024-07-23     고명훈 기자
김구성 강남대 ICT융합공학부 교수rk 23일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반도체 소부장 초격차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지금 패키징이 어려운 이유는 프론트엔드(웨이퍼 제조)와 패키징 후공정 영역이 종합돼 있는 기술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0차(프론트엔드), 1차(조립·테스트), 2차(PCB), 3차(시스템) 패키징에서 각자 자리에서만 그 기술을 아는 것이 아니라 다 조합해서 아이디어를 내야지 첨단 패키징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라 반도체 첨단 패키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중국·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생태계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경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김구성 강남대 ICT융합공학부 교수는 23일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반도체 소부장 초격차 포럼에서 “기존 시스템온칩(SoC) 형태에서 서로 다른 칩들을 하나의 기판 위에 붙여서 하나의 칩 같이 만들어주는 이종 IC로 넘어가는 추세인데, 이렇게 이종 패키지로 만들어진 수많은 반도체의 형태들을 ‘시스템 무어(System Moore)’라고 부르고 싶다”면서 “이렇게 간다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곳이 TSMC이며 인텔도 시스템 무어로 계속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안에 들어가는 재료나 부품, 이를 만드는 장비도 준비돼 있지 않아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첨단 패키징 시장은 대만과 미국, 중국 기업들이 독점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 대만이 199억9300만달러의 매출로 1위를 기록했으며, 미국이 125억9200만달러로 2위를, 중국이 97만2800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40억달러에 머물렀다.

최근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심화하자 중국이 핵심 장비, 소재 등을 국산화하며 첨단 패키징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중국은 후공정(OSAT)업체만 600개 이상으로, 첨단 패키징에 올인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적극 지원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더 놀라운 건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나우라’에서 발표한 첨단 패키징 장비 라인업을 보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등 글로벌 기업의 장비들을 그대로 카피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22년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시작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첨단 패키징 1위인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해외 기업들이 자국 영역에 공장을 짓도록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현재 중화권에서 첨단 패키징 시장을 다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자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라며, “여러 기능을 하나로 집약해서 만드는 ‘멀티펑션(Multi-function)’과 패키징을 작게 만드는 기술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소재, 부품, 장비를 키우고 있다. 미국 주도로 판을 짜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설립한 반도체 연합체 ‘라피더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회사 IBM과 협력해 2나노 반도체 패키징을 개발 중이다. 라피더스는 지난 2022년 일본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국 대표 기업들을 모집해 만든 연합체로, 지금까지 승인된 보조금 규모만 약 8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반도체 소재 기업인 레조낙(RESONAC)을 통해 패키징 솔루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장비업체들과 협력해 최근 첨단 패키징에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교수는 “일본 라피더스에 있는 임원진들을 보면 현지 PCB 업체인 ‘IBM 재팬’ 야수 공장 출신들이 굉장히 많다. PCB쪽은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을 이끌고 있는데, 이를 통해 프로트엔드로 기술을 전이하는 추세”라며 “일본 정부에서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으며 특히 재료와 장비로 중간 공정 분야에서 계속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단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지난 아베 사태를 겪으면서 재료 국산화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지만, 원천기술에선 아직 많이 부족하다”라며, “일본은 정부 주관으로 기업들을 계속 하나로 모아서 기술개발을 해나가는데, 한국 입장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