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미포, MGC 타고 적자 탈출하나

SK증권, HD현대미포 올 2분기 영업이익 44억원 전망 주력 선종 PC선 비롯해 중형가스선(MGC) 시장 개화 적자 선박 줄이고 흑자 선박 채워···163척 중 45척 탱커선

2024-07-19     정용석 기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증권가를 중심으로 HD현대의 조선 계열사인 HD현대미포가 올해 2분기 흑자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 수주했던 적자 선박 인도를 마치면서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HD현대미포가 강점으로 지닌 선종인 중형가스운반선(MGC) 발주가 늘면서 빠르게 체질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증권은 HD현대미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490억원, 영업이익은 4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HD현대미포가 빨라도 올 3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D현대미포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은 당초 예상됐던 연말에서 한 분기 정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HD현대미포의 주력 선종인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뿐만 아니라 중형가스선(MGC) 시장이 개화하면서 흑자전환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증가한 암모니아 운반 수요에 따라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발주량이 급증하면서, 선주사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MGC로 발주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MGC는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항구가 더 많다는 장점도 있다.

HD현대미포는 MGC 분야서 1위 업체다. 영국 해운 컨설팅 업체 드류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MGC 발주량 총 20척이다. 전년 동기(6척)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중 HD현대미포가 전체 발주량의 60%(12척)을 도맡았다. 

MGC 신조선가도 지속 상승 중이다. 올해 2분기 MGC 평균 가격은 7600만달러(약 105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가량 올랐다. 과거 조선업 구조 조정기에 많은 중형선박 조선사가 폐업했고, 최근 수요 회복 시기에 선박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중형선박 조선사의 협상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조감도. /사진=HD현대

또한 중형 탱커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탱커선 시황도 개선됐다. 그간 중소형 선박은 대형 선박에 비해 선박의 선가 상승 폭이 제한돼왔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홍해 사태로 탱커선 운임이 치솟으면서 2020년 하반기부터 중형 탱커선 가격도 함께 치솟았다.

중소형 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HD현대미포 특성상 ‘적자 선박’ 비중도 비교적 수월하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선박 조선사 특성상 건조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형사 대비 짧다”면서 “수주잔고에 남아있는 선박들의 계약 선가가 이전 대비 점진적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어 실적 개선 속도가 다른 대형사보다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미포가 겪었던 납기 지연에 따른 비용 지출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는 대형 조선소 대비 공정 차질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분기 들어선 외주 제작사를 통한 생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외주비 상승 우려가 축소됐다”고 했다.

중소형 선박 시황이 개선되면서 HD현대미포의 실적은 ‘상저하고’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미포는 이날 기준 42억3000달러를 수주해 이미 올해 수주 목표인 31억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척수로는 52척을 수주해 역대 최고치인 51척(2017년)을 뛰어넘었다.

도크(선박 건조 부두)도 2026년분까지 꽉 찼다. ‘많이 남는 선박’만 골라서 수주할 여력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HD현대미포는 수주 포트폴리오를 수익성이 높은 PC선, MGC 등으로 채워나갈 방침이다.

HD현대미포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수주잔고 174척의 절반이 넘는 90척을 탱커선으로 채웠다. 지난 2022년 말에는 수주잔고 163척 중 45척만이 탱커선이었다. HD현대미포 관계자는 “PC선을 비롯해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