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株 산일전기 공모청약···공모주 위기론 반전계기 될까
제룡전기·LS일렉트릭 비교기업 선정한 변압기 전문기업 식고 있는 공모주 시장 분위기 반전시킬 기대주로 평가 기관 의무보유확약 신청비율 42.37%···품절주 효과 극대화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산업용 특수 변압기 제조업체 산일전기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일반투자자 청약이 개시되면서 최근 위축된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에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산일전기는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전력기기 수요급증에 직접적 수혜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출 역시 늘어나며 실적도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상장 후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 산일전기 청약 개시···위축된 공모주 반전 계기?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산일전기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이틀간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공모청약은 대표상장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인수단으로 참여한 삼성증권을 통해 가능하다. 최소청약단위는 20주이며 최소청약증거금은 35만원이다. 상장예정일은 이달 29일이다.
앞서 산일전기는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2만4000~3만원) 상단을 초과한 3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2205곳의 기관이 참여해 413.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참여기관 중 약 99.6%에 해당하는 기관이 희망공모가범위를 초과(미제시 포함)하는 가격을 제시했다.
코스피 상장 기업이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를 초과해 결정한 것은 올해 2월 상장한 에이피알에 이어 산일전기가 두 번째다. 산일전기는 이번에 760만주를 공모하며 확정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2660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656억원이다.
산일전기는 지난 1987년 설립된 회사로 특수 변압기 등 전력기기 제조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한다. 산일전기의 지난해 매출은 2145억원, 영업이익은 446억원으로 전년도 매출 1077억원, 영업이익 12억원 대비 매출은 99.2%, 영업이익은 3725.3%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706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을 거두며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33.3%, 영업이익은 32.9% 늘어났다.
이러한 호실적은 최근 인공지능 등의 영향과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돌아오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발 데이터센터 착공 증가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도 확대되면서 새로운 전력망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산일전기는 상장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제룡전기와 LS일렉트릭 등을 선정했다. 최근 제룡전기와 LS일렉트릭 역시 주가가 급등했기에 산일전기 흥행에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다.
산일전기 공모청약은 최근 열기를 잃어가고 있는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과 달리 이달 들어 신규상장 기업들의 성적표가 좋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공모주 시장의 투심이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상장한 5개 IPO기업 가운데 이노스페이스와 엑셀세라퓨틱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로 장을 마감했다. 기대를 모았던 IPO대어 시프트업 역시 공모가 6만원 대비 18.3% 상승한 7만1000원에 상장 첫날을 마치며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품절주는 공모주 불패’ 이어갈까
산일전기는 그동안 공모주 시장에서 불패로 여겨졌던 품절주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통상 상장예정주식수 가운데 유통가능한 주식물량이 20% 이하면 품절주로 평가받고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8일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우 유통가능물량 비중이 16%에 그쳤고 상장 첫날 공모가(8만3400원) 대비 96.5% 급등한 16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하이젠알앤엠 역시 유통가능물량 비중이 14.3%에 불과했고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 7000원 대비 116.6% 상승한 1만51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산일전기의 경우 상장예정주식수 3044만5200주 가운데 약 20.45%에 해당하는 622만7100주가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다. 박동석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상장 후에도 55.19%에 달할 정도로 높고 기존 투자자들 역시 대부분 상장 후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보호예수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 중 주식을 상장 직후 팔 수 있는 유통가능주식 비중은 0.48%에 불과하다.
산일전기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일정기간 주식을 의무적으로 보유하겠다는 의무보유확약 신청을 대거 내걸었다. 기관에 배정되는 공모주식 가운데 의무확약비중이 높으면 실질적 유통가능물량 비중이 추가로 낮아져 품절주 효과가 배가 된다.
산일전기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한 기관 물량은 42.37%에 달한다. 이는 올해 IPO기업 가운데 HD현대마린솔루션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를 감안하면 산일전기의 실질적 유통가능물량 비중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의 14.6%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미국에서 트럼프 정권 출범에 대한 우려는 흥행에 막판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할 경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산일전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1기 시절에도 국내 변압기 업체들에 60%의 달하는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